한낮 기온이 수직 상승하는 초여름, 이른 무더위를 식혀줄 가전을 사려고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면 머리가 복잡해지기 일쑤다. 생김새는 선풍기와 판박이인데 가격은 배로 비싼 서큘레이터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큘레이터가 훨씬 시원하다"는 매장 직원의 말만 믿고 덥석 지갑을 열었다간, 거칠고 시끄러운 바람 탓에 돈만 날리고 후회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외형은 비슷해 보여도 태생부터 바람을 내뿜는 방식까지 180도 다른 두 기기의 명확한 차이점을 분석하고, 내 방에 딱 맞는 초여름 가전 구매 기준을 짚어봤다.
사람의 체온을 직접 낮추는 부드러운 바람, '선풍기'
선풍기는 부채질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에 바람을 곧바로 보내어 피부 표면의 땀을 말리고 온도를 떨어뜨리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가전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안방 침대에서 잠을 청할 때처럼, 내 몸 쪽으로 선선한 바람을 직접 맞이하고 싶을 때 쓰기에 알맞다. 먼 거리까지 바람을 보내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의 피부에 직접 바람이 닿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춰 선풍기는 날개가 원형으로 넓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보통 날개 수가 많을수록 공기를 잘게 쪼개어 살에 닿을 때 얼얼한 자극이 없는 부드러운 바람을 생산해 낸다. 헤드 전면의 보호망도 일직선 창살 모양이 많아 바람이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사방으로 퍼지게 도와준다. 덕분에 바람이 거칠지 않고 편안해서 어린 아기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 밤새 안심하고 켜두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정체된 실내 공기를 강력하게 돌려주는 회오리, '서큘레이터'
서큘레이터는 사람에게 직접 바람을 맞추는 기기가 아니라, 실내의 갇혀 있는 공기를 사방으로 힘차게 돌려주는 순환 전용 가전이다. 방 안 전체의 공기를 강하게 뒤섞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을 가동할 때 함께 틀어두면 구석진 주방이나 복도 끝까지 차가운 냉기를 빠르게 밀어 보낸다. 실내 위아래의 온도 차이를 좁혀서 공간 전체를 고르게 시원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거실 에어컨의 단짝으로 부르기에 제격이다.
공기를 멀리 밀어내야 하는 만큼 서큘레이터는 날개가 작고 두꺼우며 각도가 가파르게 비틀려 있어 기기 뒤쪽의 공기를 한 번에 엄청난 양으로 강하게 끌어모은다. 헤드 측면이 둥근 원통형 모양으로 꽉 막혀 있고 전면 보호망이 나선형 회오리 구조로 짜여 있어서, 모인 공기가 옆으로 흩어지지 않고 좁은 공기 기둥을 만들며 앞으로 곧게 전진한다. 직진성이 매우 강력해 거실 끝에서 주방 끝까지 바람을 보낼 수 있지만, 살에 직접 맞으면 피부가 금세 건조해지고 거칠게 느껴지며 바람 소리가 다소 크게 들릴 수 있으니 사람이 없는 벽이나 천장을 향해 틀어두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모터 확인하기, AC 성능 vs BLDC 효율
두 가전을 구매할 때 반드시 겉모습 속 알맹이인 모터의 종류를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렴한 편인 일반 AC 모터 제품은 구조가 간단해서 초기 구매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미세한 바람 세기 조절이 불가능해 미풍도 너무 강하게 느껴질 수 있고 가동할 때 웅장한 기계음이 발생한다. 특히 오랜 시간 연속으로 켜두면 모터 부분이 쉽게 뜨거워져서 결국 선풍기에서 미지근하거나 더운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생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브러시라는 내부 마찰 부품을 완전히 없앤 BLDC 모터 제품이다. 회전할 때 부딪치는 부품을 줄였기 때문에 소음이 매우 낮아 한밤중에도 조용하고, 몇 시간을 틀어놓아도 모터가 과열되지 않아 끝까지 청량한 바람을 유지한다. 전력 소모량도 일반 제품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종일 가동해도 전기요금 고지서 걱정을 크게 낮춰준다. 세밀한 단계로 바람 세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 살 때 비용은 조금 더 높지만 고장이 적고 수명이 길어 장기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겸용' 제품의 숨겨진 진실
가전 매장에 가보면 두 기기의 장점을 하나로 합쳤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명 '겸용 모델'이나 '에어 서큘레이터형 선풍기'가 무수히 나와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가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겸용 제품을 무턱대고 선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부드럽게 사방으로 퍼지는 선풍기의 특성과 한곳으로 좁고 길게 뻗어나가는 서큘레이터의 특성은 구조적으로 한 몸에 완벽히 공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설픈 겸용 제품은 직접 바람을 맞기에는 세기가 너무 억세고 거칠며, 그렇다고 넓은 거실의 공기를 순환시키기에는 직진성과 공기를 밀어내는 풍량이 모자라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기 쉽다. 소음 역시 선풍기보다 시끄럽게 발생해 스트레스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주로 머무는 방 구조나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한 가지 목적에 확실하게 집중된 단독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는 소비를 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