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 재판서 문제제기…직권남용 법리 다툼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 사건의 주요 증거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수첩 메모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장관을 신문하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특검팀이 박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 수첩을 발견해 일부 페이지를 촬영해간 행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박 전 장관에게 "당시 검사가 수첩의 임의 제출을 요구했나", "수첩 자체를 압수하지 않고 일부 페이지를 촬영한 사유를 설명했나", "증인(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나"고 캐물었다.
박 전 장관이 "그렇지 않다"고 하자 변호인은 이런 식의 압수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적법한 방법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특검팀의 압수 조서에는 당시 박 전 장관이 소유한 디지털 기기에서 수첩 내용 이미지를 확보했다는 취지로 적혔는데, 실제로는 검사의 휴대전화로 촬영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특검팀이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기재된 압수수색 영장에 근거해 확보한 수첩 이미지를 별건인 한 전 총리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 적 있는지도 따져 물었다.
박 전 장관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검팀 측은 이에 압수수색 당시 수첩 사본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박 전 장관의 변호인과 협의해 사진을 찍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수첩을 발견해 당초 그대로 갖고 가려 했다가, 변호인이 '영장에 기재된 날짜 이후의 내용물은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며 "당시 복사기도 없어서 사진을 찍어가겠다고 변호인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언급한 수첩 메모는 박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해제 직후 이뤄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작성한 것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를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동기로 판단해 해당 메모 이미지를 주요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선 직권남용죄를 둘러싼 법리 공방도 벌어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작년 4월 제대로 된 인사검증 절차 없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공소사실의 전제로 보는 것 같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특검팀 측이 "공소장에 그런 내용이 특별히 기재되진 않았다"며 입장 표명을 보류하자 한 전 총리 측은 "직권남용은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구성되는 게 당연하고, 권한이 없다면 기소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하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에게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직권'이 없다고 보면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양측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권한과 관련한 특검팀 측 주장의 앞뒤가 모순되지 않나 싶긴 하다"면서도 "직권을 남용하려면 직권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논리와 다른 논의도 있으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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