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황] 비트코인 '디지털 골드' 신화 흔들···6주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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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황] 비트코인 '디지털 골드' 신화 흔들···6주 만에 최저

한스경제 2026-05-29 16:40:15 신고

22일부터 28일까지 비트코인 가격 추이. 26일 7만7000달러대를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서며 28일 7만3540달러까지 밀렸다. /코인게코
22일부터 28일까지 비트코인 가격 추이. 26일 7만7000달러대를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서며 28일 7만3540달러까지 밀렸다. /코인게코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비트코인이 6주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다. 지정학적 위기 때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는 '디지털 골드' 신화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은 셈이다. 위기 국면에서 자금이 비트코인 대신 달러와 미국채로 몰렸기 때문이다.

29일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지시간 27일 밤부터 28일 새벽 사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군사시설을 거듭 타격하면서 비트코인은 7만3000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24시간 동안 청산된 파생상품 포지션 규모만 1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93%가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200달러와 비교하면 42% 낮은 수준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가격 하락 자체보다 눈여겨볼 것은 그 맥락"이라며 "지정학적 충격이 닥치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로서 안전자산 수요를 흡수한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 기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 JP모건도 "가치 절하 헤지 거래 이탈"

위기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신뢰한 안전자산은 결국 전통적인 달러와 미국채였다. 달러 가치가 1주 최고치로 올라선 가운데, 한때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금마저 온스당 4380달러선까지 밀리며 2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기 때마다 자금을 빨아들이던 비트코인은 이번엔 그 흐름에서 비켜나 있었다.

JP모건도 28일 보고서에서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가 이끄는 전략팀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비트코인 같은 법정화폐 가치 절하 헤지 거래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에서 금으로 갈아탄 결과가 아니라, 두 자산 수요가 함께 줄어든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김 센터장도 "탈달러화 기대 속에서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한다는 서사는 지난 강세장을 떠받친 동력 중 하나였다"며 "그 서사가 약해지면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을 선택할 명분도 함께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세일러도 매수 멈춰···ETF서 2주간 2.26조 이탈

기관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신중해졌다. 비트코인을 가장 공격적으로 사 모으던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는 이번 주 들어 단 한 차례도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대신 약 1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환매에 현금을 투입했는데, 세일러가 '비트코인 서머'를 거론하며 강세론을 펴 온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이런 분위기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서도 그대로 읽힌다. 27일 하루에만 미국 스팟 비트코인 ETF에서 7억3300만달러가 순유출됐고, 그중 블랙록의 IBIT 한 곳에서만 5억28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출시 이래 두 번째로 큰 일일 순유출을 기록했다. 최근 2주간 스팟 비트코인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22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미국 스팟 비트코인 ETF 일별 자금 유출입 현황. 27일 하루에만 7억334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출시 이래 두 번째로 큰 일일 순유출을 기록했다. 블랙록의 IBIT 한 곳에서만 5억278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미국 스팟 비트코인 ETF 일별 자금 유출입 현황. 27일 하루에만 7억334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출시 이래 두 번째로 큰 일일 순유출을 기록했다. 블랙록의 IBIT 한 곳에서만 5억278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 다크풀선 12.9억달러 매도···받아낸 매수자도 있었다

다만 헤드라인 숫자가 실제 매도 압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26일에는 정체 불명의 한 투자자가 IBIT 지분 약 12억9000만달러어치를 익명 장외 매칭 시스템인 '다크풀'에서 한 번에 매도했는데, 갤럭시디지털 리서치 책임자 알렉스 손은 자신이 지켜본 IBIT 블록 거래 중 최대 규모라고 언급했다.

이날 IBIT에서 기초자산이 실제로 상환된 금액은 1억9240만달러에 그쳤다. 장외에서 매물을 받아낸 매수자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거래가 체결될 때 비트코인 가격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며 "일부 소형 상장사들의 매수도 이어지고 있어, 기관 수요가 한 방향으로만 빠져나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 이더리움재단 핵심 연구자 줄사퇴

흔들림은 이더리움 진영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주 ETH 가격이 2000달러 아래로 밀린 가운데, 이더리움재단(EF)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핵심 연구자 8명 이상이 잇따라 자리를 떠났다. 이탈이 두드러진 시기는 5월로, 한 달에만 5명이 빠져나갔다. 여기에는 프로토콜 연구를 이끌던 팀 베이코와 바르나베 모노까지 포함됐다.

비탈릭 부테린은 25일 X에 올린 글에서 재단을 더 작은 조직으로 운영하고 ETH 매도를 줄이는 한편, 검열 저항성·포획 저항성·공개성·프라이버시·보안(CROPS)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보유 이더리움이 전체 공급량의 0.1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재단을 이더리움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참여자 중 하나로 규정했다.

상징적인 장면도 나왔다. 대표적인 이더리움 강세론자로 꼽히던 뱅크리스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호프먼이 보유 ETH를 전량 매도했다고 밝히면서다.

핫머니, 가상자산 떠나 AI·반도체로

호프먼은 'ETH는 화폐'라는 명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실현됐다고 봤다. 네트워크로서의 이더리움에는 여전히 강세지만, 가치 대부분이 레이어2와 애플리케이션으로 흘러가면서 ETH 자산이 추가로 재평가받을 여지는 닫혔다는 분석이다.

코인데스크는 핫머니가 가상자산에서 금으로, 다시 인공지능(AI)과 메모리 반도체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 마이크론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연초 대비 약 248% 오르며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운데 이번 주 상승세를 지킨 종목은 하이퍼리퀴드(HYPE), 니어(NEAR), 스텔라루멘(XLM) 정도에 그쳤다.

▲ 다음주 변수 셋···이란 협상·FOMC·ETF 유출

김 센터장은 다음 주 시장 방향을 가를 변수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란을 둘러싼 협상이 휴전 합의로 이어지면 위험자산 전반이 빠르게 안도 반등할 여지가 있지만, 충돌이 길어지면 유가와 달러 강세가 가상자산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6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당분간 높은 금리 환경이 위험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이어진 ETF 순유출 흐름이 멈추는지가 단기 수급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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