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다시 정상궤도로 들어선 모습이다.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협의를 실무차원에서 마무리 짓고 초안을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미국과 이란이 상호 공격을 주고 받으며 긴장이 고조됐으나 28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인사들도 이란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다고 밝혀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디언 "美, 종전 MOU 검토 마무리…동맹국에 초안 전달"
영국 가디언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등과 이란 관련 MOU 초안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람한 초안이 최근 며칠간 중동에서 논의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30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 조건이 포함됐다. 또한 60일간 휴전을 연장해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에 착수하는 내용도 담겼다.
향후 핵 협상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 추가 농축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대이란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이란의 동결자산 중 최대 120억 달러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도 함께 다뤄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양측이 제안을 주고받고 있으며 합의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초안을 최종 승인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악시오스도 지난 26일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합의 조건 대부분이 정리됐고, 이란 지도부도 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자들에게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최종 승인을 미뤄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합의를 발표하기 전 먼저 이스라엘에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그러나 현재 초안에는 이란의 확고한 핵 관련 약속이 추후로 미뤄져 있고, 레바논과의 휴전이 포함돼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美 밴스 "이란, 성실하게 협상…잠정안 합의 꽤 긍정적"
백악관 인사들도 종전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8일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이란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과 우라늄 농축 문제 등 핵심 사안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합의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진전이 이뤄져 대통령이 합의를 승인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길 기대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잠정 양해각서(MOU) 서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이 언제, 혹은 실제로 MOU에 서명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최근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휴전은 본래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고, 때때로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미국은 필요할 경우 방어 차원의 군사 행동에 나설 권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美, 걸프국 통한 이란 '경제지원' 추진…3천억달러 규모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동 주변국들의 자금을 동원해 이란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협상 내용을 잘 아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걸프·아랍 국가들에 전후 이란 재건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면서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걸프국들은 약 3천억 달러(한화 약 449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며, 미국은 해당 펀드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미국이 이란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전쟁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과정에서 '전쟁 배상금'을 핵심 의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은 현금 배상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해왔고, 대신 완전한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회적 경제 지원과 국제 투자 유치 등을 시사해왔다. NYT 보도는 이러한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달 공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당신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우리는 이란을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걸프국 자금 활용 방안과 함께 카타르에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며, 해당 자금은 의약품과 산업용 원자재 등 인도주의적·경제적 목적의 물품 구매에 사용될 수 있도록 카타르가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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