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내 땅으로 믿고 사용한 담장 안쪽 땅을 이웃이 자신의 땅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1996년 주택 매수 후 28년간 경계로 믿어 온 담장. 이웃이 "내 땅을 침범했다"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수십 년간 내 땅인 줄 알고 쓴 이 땅, '점유취득시효'로 소유권을 지킬 수 있을까?
다수 변호사들은 "20년 점유, 소유의사, 평온·공연 점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로 맞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8년 믿어온 '우리집 담장', 날벼락 된 이웃의 측량
부천에 사는 A씨는 1996년 한 건물을 매수해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그에게 집의 경계는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담장'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이웃 건물을 사들인 B씨가 2010년경 개인적으로 측량을 하더니 "당신 담장이 우리 땅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평온했던 일상에 금이 갔다. 당시 A씨는 "일단 현재 별 문제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를 하자"고 답하며 상황을 넘겼다.
A씨는 집을 살 때부터 담장 안쪽은 당연히 자기 땅의 일부라고 믿었고, B씨 역시 측량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28년간 내 집 마당으로 알고 가꿔 온 공간을 하루아침에 내주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년 넘게 썼다면 당신 땅"... 법이 인정한 '점유취득시효'
A씨처럼 억울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을 위해 우리 법은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A씨가 1996년 점유를 시작했으므로 20년이 지난 2016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욱이 민법 제197조는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A씨가 스스로 소유 의사를 증명할 필요 없이, 오히려 이웃인 B씨가 "A씨는 남의 땅인 줄 알면서도 무단으로 점유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이 추정을 깨뜨릴 수 있다.
"내 땅인 줄 알았다"면 OK... 핵심은 '자주점유'
취득시효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주점유(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가 인정되는지다.
단순히 실수로 경계를 침범한 경우라면 어떨까? 다수의 변호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조기현 변호사는 "점유자가 매수할 당시 경계선 규격에 실제 측량 없이 담장 대로의 면적을 자신의 토지로 믿고 점유를 시작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로 추정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은정 변호사는 "침범 면적이 등기부상 면적을 크게 초과하면 타인의 토지임을 알았다고 보아 자주점유가 부정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면적 확인이 중요합니다"라고 경고하며 섣부른 낙관은 금물임을 지적했다.
A씨의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영호 변호사는 "시효이익 포기나 타주점유 전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이 부분은 신중하게 검토가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으나, 김강희 변호사는 "곧바로 권리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면 자주점유가 바로 깨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분석해 A씨의 대응이 소유권 포기로 해석되긴 어렵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웃의 말뿐인 항의, 법적 효력 없다... "소송해야 시효 중단"
2010년 이웃 B씨의 항의가 20년의 시효 기간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을까? 변호사들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김민경 변호사는 "단순 항의나 측량만으로 바로 취득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실제로 시효 중단이 인정되려면 소송 제기, 압류·가처분 같은 법적 조치가 이루어진 경우가 일반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B씨가 말로만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시간은 계속 A씨의 편에서 흘러갔다는 의미다.
승패 가를 '결정적 증거'...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할 것들
법정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입증'이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연철 변호사는 "담장이 1996년 이전(또는 매수 당시)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라며 "과거 항공사진, 오래된 현장 사진, 주변 이웃들의 확인서, 담장 보수 내역 등이 증거가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적 대응 전략으로는 상대방이 담장 철거 소송을 제기할 경우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맞서거나, 한발 더 나아가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공세적 전략이 추천됐다.
신은정 변호사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정식 경계복원 측량을 통해 정확한 침범 면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행동입니다"라고 강조했다.
28년의 세월이 담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법적 싸움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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