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소비자들이 예산의 한계 앞에서 프리미엄 수입차 꿈을 접고 대중차로 대거 유턴하고 있다는 소식(본지 5월 23일 자 보도)을 전해드린 바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눈높이를 낮춰 국산 대중차를 사겠다"고 마음먹은 실속파 소비자들의 종착지는 어디였을까.
대중차를 고른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카 의향자들과 달리 흔들림이 없었다. 사겠다고 마음먹은 브랜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국내 완성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차와 기아를 제치고 초기 계획을 실제 구매로 가장 잘 연결한 브랜드 1위는 뜻밖에도 ‘르노코리아’로 나타났다.
28일 자동차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The Say-Do Gap(구입의향과 실제 행동의 차이)’ 네 번째 리포트에 따르면, 국산 대중차 브랜드 3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의 평균 브랜드 구입 실현율은 73%에 달했다. 제네시스, BMW, 벤츠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의 평균 실현율이 50% 수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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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콜레오스' 돌풍이 만든 이변… 르노코리아 실현율 79%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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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르노코리아의 선전이다. 1년 내 르노코리아 차량을 사겠다고 마음먹었던 소비자 중 무려 79%가 이탈 없이 실제 르노코리아 매장에서 도장을 찍었다. 이는 안방 맹주인 현대차(76%)와 기아(75%)를 소폭 앞선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철저한 ‘목적 구매’ 성향과 신차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중형 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가 뛰어난 가성비와 하이브리드 상품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탈하려던 소비자의 발길을 완전히 붙잡아두는 데 성공한 셈이다. 확고한 마니아층의 지지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힘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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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나가면 기아로"… 돌고 도는 '집안 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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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 주도권자답게 끈끈한 '주고받기' 생태계를 보여줬다. 현대차를 사려다 마음을 바꾼 소비자의 14%는 기아를 선택했고, 반대로 기아를 사려다 이탈한 소비자의 13%는 현대차를 샀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의향자의 90%, 기아 의향자의 88%가 결국 현대차그룹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차를 구매했다. 이탈율이 고작 1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현대차·기아 연맹의 안방 독점 체제는 콘크리트처럼 견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기아를 사려다 마음을 바꾼 이탈 소비자들이 3사 중에서는 유독 르노코리아를 대안으로 많이 꼽았다는 사실이다(기아 이탈자의 6%, 현대차 이탈자의 3%가 르노코리아 선택). 국산차 시장 내에서 르노코리아 브랜드가 가진 독자적인 매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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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볼 수 없는 벽이 된 제네시스…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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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발견은 현대차와 기아를 사려던 소비자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상향 이동’한 비율이 1% 미만으로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이는 제네시스가 현대차 그늘을 벗어나 독립적인 ‘고급 브랜드’로 완벽히 안착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뒤집어보면, 대중차를 고려하는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는 가격 저항선이 너무 높아 아예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심리적 장벽’이 쳐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산 대중차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처럼 '허상'이나 '기분'에 의해 계약이 엎어지는 일이 적다. 내 지갑 사정에 맞춘 가성비와 실용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한번 찍은 브랜드는 끝까지 간다"는 성향(실현율 73%)이 데이터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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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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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가 현대차·기아를 누르고 실현율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랑 콜레오스'라는 잘 키운 자식 하나가 가문을 먹여 살린 격이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고객을 주고받으며 90%에 가까운 점유율 장벽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르노코리아의 신차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SM6, QM3 당시에도 그랬지만, 후속 라인업의 빠른 뒷받침이 없다면, 이번 1위 성적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최근 출시된 필랑트는 아주 좋은 전략이었지만, 지속적인 라인업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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