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건강검진 대중화로 대사 질환의 조기 발견율은 높아졌으나 진단 이후 실제 치료나 정밀 검사로 이어지는 사후 관리 체계에는 공백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흔한 만성 질환으로 치부되기 쉬운 지방간의 경우 향후 중증 간 질환이나 심혈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과 임상 현장의 경각심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양대학교 전대원 교수팀 및 공동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전국 단위의 웹 기반 설문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성인 1만2946명을 스크리닝해 최종 선정한 지방간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9.9%가 별다른 징후 없이 검진을 통해 질환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병원을 찾아 후속 진료를 시작한 비율은 57.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2.3%는 진단 이후 별도의 후속 진료를 받지 않았다. 미방문 사유로는 질환을 가볍게 여기거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과신, 의료진의 추가 검사 권고 부재 등이 꼽혔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간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과도한 음주로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도 있으나 최근에는 고지방·고탄수화물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이로 인한 비만 및 당뇨병 등 신진대사 이상과 결부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주를 이룬다. 드물게 유전적 요인이나 특정 약물 복용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대사 기능이 떨어져 발병하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영양 과잉과 불균형한 생활 패턴이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지방간이 뚜렷한 자각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별한 통증이 없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악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방간은 간의 대사 기능을 저하시키며,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간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지방 축적이 세포를 자극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정상적인 간 조직을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만약 지방간 상태를 치료 없이 방치해 염증이 심화되면 간 조직이 점차 굳어지고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섬유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간의 고유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간경변증으로 이행하며, 최종적으로는 간암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당뇨나 비만 등 정밀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들의 간 섬유화 검사율이 12.1%에 머물고 1차 의료기관의 검사율이 10.6%에 그친 점은 중증 질환으로의 이행을 막을 시기를 놓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간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즉각적인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 간 섬유화 진행을 억제하고 초기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식단 관리와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 현재 체중의 7%에서 10%를 감량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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