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의 나물여행 ③] 기침 잡고 입맛 살리는 천연 보약… 영양 듬뿍 품은 '나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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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의 나물여행 ③] 기침 잡고 입맛 살리는 천연 보약… 영양 듬뿍 품은 '나물' 정체

위키푸디 2026-05-29 08:59:00 신고

계곡을 낀 산길을 걷다 보면 물기 머금은 흙길 옆이나 그늘진 숲가에서 자줏빛 줄기를 세운 풀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깊게 갈라진 잎은 어수리나 방풍나물과 닮아 있어 산나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흔한 산풀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잎을 손끝으로 살짝 비비면 미나리과 식물에서 나는 향긋한 풀 냄새가 올라온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향을 맡고 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산나물이다.

이 풀의 이름은 '바디나물'이다. 전국 산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라는 사실도 낯설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부터 농촌에서는 봄철 어린순을 뜯어 데친 뒤 나물로 무쳐 먹었고, 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써왔다. 산길에서 쉽게 스쳐 지나가는 풀이지만, 알고 보면 밥상에도 오르고 약재로도 쓰였던 식물이다. 바디나물이 어떤 풀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자줏빛 줄기와 까마귀 발 닮은 잎, 산길에서 만나는 여러해살이풀

바디나물은 산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당귀와 같은 무리에 들어간다. 지역에 따라 ‘바디재이’나 ‘까막발나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산기슭의 축축한 땅이나 물가 근처, 숲 가장자리처럼 그늘이 살짝 드는 곳에서 자란다. 

다 자란 바디나물은 사람 허리 높이를 훌쩍 넘길 만큼 크게 자란다. 보통 80cm 안팎까지 올라오고, 자라는 자리가 맞으면 150cm 가까이 뻗기도 한다. 줄기는 곧게 서며 세로로 각진 줄이 나 있고, 위쪽으로 갈수록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땅속에는 짧고 굵은 뿌리줄기가 자리 잡아 줄기를 단단히 받친다.

잎은 줄기를 따라 어긋나게 달리고, 전체 모양은 깃털처럼 깊게 갈라져 있다. 작은잎은 보통 3~5개로 나뉘며 가장자리에는 톱니처럼 패인 부분이 있다. 잎 아랫부분은 줄기 쪽으로 흘러내리듯 붙어 날개처럼 보이는데, 이 모양이 까마귀 발을 닮았다고 해서 ‘까막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름 끝무렵 피는 자주색 꽃

바디나물은 잎과 줄기만 볼 때는 흔한 산풀처럼 보이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는 모습이 달라진다. 꽃은 주로 8~9월에 피며, 짙은 자주색이나 흰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 달린다. 작은 꽃대 여러 개가 우산살처럼 퍼지고, 그 끝마다 작은 꽃이 빽빽하게 붙어 둥근 꽃차례를 만든다.

꽃대 하나에는 보통 10~20개의 작은 가지가 달리고, 가지 끝마다 작은 꽃 20~30개가 모인다. 멀리서 보면 자줏빛 줄기와 갈라진 잎이 먼저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산형과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산 모양 꽃차례를 확인할 수 있다. 꽃이 진 뒤에는 열매가 맺히고, 땅속의 굵은 뿌리줄기는 다음 해 다시 줄기를 올린다.

전호라 불린 뿌리, 예부터 기침과 가래에 써왔다

땅속에 남은 뿌리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다. 한방에서는 바디나물 뿌리를 ‘전호’라 불렀고, 예부터 기침이 오래가거나 가래가 많을 때 처방에 넣었다. 목이 칼칼하거나 기관지가 답답할 때 함께 쓰던 약재로도 전해진다.

뿌리에는 사포닌과 폴리페놀 성분도 들어 있다. 사포닌은 도라지나 더덕 같은 뿌리식물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성분이고, 폴리페놀은 잎채소와 산나물에 들어 있는 식물성 성분이다. 이런 성분 때문에 바디나물은 봄철 입맛이 떨어졌을 때나 환절기 목이 답답할 때 먹어온 산나물로 전해졌다.

다만 약재로 쓰는 뿌리는 봄철 반찬으로 먹는 어린순과 다르게 봐야 한다. 성분만 보고 집에서 임의로 달여 먹거나 많은 양을 먹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임산부, 어린이, 지병이 있는 사람, 약을 먹는 사람은 섭취 전 의료진과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봄 어린순은 생으로도 데쳐도 먹기 좋다

약재로 쓰는 부위가 뿌리라면, 밥상에 오르는 부위는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잎과 순이다. 이때의 바디나물은 줄기가 억세지 않고 향도 강하지 않아 나물로 먹기 알맞다. 잎이 자라고 줄기가 굵어질수록 질긴 느낌이 강해질 수 있어, 먹을 때는 어린순을 고르는 편이 좋다.

생잎을 먹으면 처음에는 쌉싸름한 맛이 먼저 느껴진다. 몇 번 씹다 보면 미나리과 식물에서 나는 풀 향이 입안에 퍼지고, 뒤이어 은근한 단맛이 남는다. 향이 세지 않아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이 덜한 편이며, 쓴맛도 오래 남지 않는다. 쌈 채소처럼 고기나 밥에 곁들이면 산나물다운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살짝 데치면 맛은 더 순해진다. 끓는 물에 짧게 데쳐내면 생잎에서 느껴지던 쓴맛이 줄고, 줄기와 잎은 부드럽게 씹힌다. 물기를 꼭 짠 뒤 기본 양념만 더해도 봄철 밥반찬으로 잘 맞는다.

무침부터 장아찌, 전까지 밥상에 올리는 법

바디나물은 어린잎을 그대로 쌈 채소처럼 먹을 수 있고, 살짝 데친 뒤 양념에 무쳐도 잘 어울린다. 생잎으로 먹을 때는 쌉싸름한 맛과 풀 향이 먼저 느껴지고, 데치면 쓴맛이 줄어 밥반찬으로 먹기 좋다.

조금 오래 두고 먹고 싶을 때는 장아찌로 담근다. 깨끗이 씻은 어린잎과 줄기를 물기 없이 준비한 뒤 끓여 식힌 간장물을 부으면 된다. 간장에 절인 바디나물은 짭조름한 맛이 쌉싸름함을 눌러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잎과 줄기에 간이 배어 밥과 함께 먹기 좋다. 고기구이나 기름진 반찬 옆에 곁들이면 입안이 텁텁하지 않아 한두 장씩 집어 먹게 된다.

전으로 부쳐도 잘 어울린다. 잎을 통째로 반죽 위에 올려 지지면 모양이 살아 있고, 잘게 썰어 반죽에 섞으면 한입 크기로 부치기 편하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익히면 바디나물의 쌉싸름한 맛에 고소한 기름 향이 더해진다. 재료를 많이 넣지 않아도 맛이 심심하지 않아 반찬이나 가벼운 간식으로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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