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코스피가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과 미국 기술주 훈풍을 등에 업고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외국인 매도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숨고르기 장세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코스피는 중동 긴장 고조와 국내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전 거래일보다 0.53% 내린 8,185.29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71% 급락해 8,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개인이 3조6150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단을 방어했다. 반면 외국인은 2조7350억원을 순매도하며 15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투자심리를 흔든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었다. 미군의 이란 내 군사 시설 공습 소식이 전해지며 중동 긴장이 고조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강한 추가 인상 시그널을 보내자 시장은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간밤 뉴욕증시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을 마무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58%, 0.91% 상승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0.05% 오르며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특히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가 다시 불붙었다. AI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아마존 웹서비스(AWS)와의 장기 계약을 발표하자 주가가 36.48% 급등했다. 이에 엔비디아(0.78%), AMD(4.55%) 등 대표 AI·반도체주가 동반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 올랐다.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인 노타도 이날 엔비디아의 협력업체 모임인 '젯슨 파트너스 데이'에 공식 초청받으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깜짝 성적표’를 내놓으며 시간 외 거래에서 38% 급등 중이다. 서버·데이터센터 수요와 AI 인프라 투자가 반영된 실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IT 하드웨어주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할 재료로 평가된다.
물가와 성장 지표는 시장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컨센서스(3.8%)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시장 예상치(0.5%)를 소폭 하회했다. 미 상무부가 공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는 연율 1.6%로, 속보치(2.0%)보다 낮게 수정됐다. 물가 압력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은 가운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습으로,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일부 누그러뜨렸다는 평가다.
이 같은 대외 환경을 반영해 국내 증시는 이날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4.10% 급등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는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선호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란 전쟁 종식 기대 속에 원/달러 환율도 야간 거래에서 전장 서울환시 종가보다 7.20원 내린 1,494.00원에 마감하며 1,500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 관심은 코스피가 지난 27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8,457.09)를 다시 넘어설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이란 리스크 완화 기대, 미국 기술·반도체주 랠리, 환율 안정 등은 지수에 우호적인 재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국내 증시는 미-이란 협상 기대감 재부각, 델의 시간외 폭등 효과가 전날 낙폭 과대 업종에 회복력을 부여하면서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5월 랠리가 실적 개선보다는 기대에 기반한 ‘멀티플(배수) 상승’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연구원은 “5월 증시 상승은 이익 증가보다 멀티플 상승(기대감)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변동성 확대의 배경”이라며 “멀티플 주도 상승장이었던 만큼, 단기적으로 금리 등 매크로 변수 혹은 차익 실현 등에 대한 증시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 언제 멈출지도 관전 포인트다.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만큼 일부 글로벌 자금이 다시 한국 주식으로 방향을 틀 경우 지수는 재차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 우려가 재부각되거나 이란 협상이 틀어질 경우, 그동안 쌓인 기대감이 되레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종전 기대와 AI 훈풍이라는 호재, 단기 고점 부담과 금리 리스크라는 악재가 맞서는 가운데 코스피가 선택할 방향은 이날 장중 투자자들의 ‘실탄’과 심리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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