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의 유일한 TV토론은 결국 '심판론'과 '안정론'의 정면 충돌이었다. 그러나 정작 토론이 끝난 뒤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남은 장면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시정 책임론보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방이었다.
28일 밤 11시부터 29일 새벽 1시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사전투표 직전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였다.
서울시장 토론이 단 한 차례만 열리는 이례적 상황 속에서 오세훈 후보와 정원오 후보, 그리고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 정의당 권영국 후보까지 참여한 4자 토론은 부동산, 민생경제, GTX 철근 누락, 서소문 고가 철거 참사, 재개발 문제 등 서울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토론 초반 정원오 후보는 예상대로 '10년 시정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오세훈 후보의 10년 무능을 심판해 달라"며 보여주기식 행정, 안전 문제, 주택 공급 실패를 집중 공격했다. 서소문 고가 철거 사고를 언급하며 "오 후보가 현장을 찾지 않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는 사고 당일 오후 3시께 정원오 후보보다 먼저 찾은 뒤, 이날 5시께 또다시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지난 5년 서울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며 '안정론'과 '경험론'으로 맞섰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서울런, 한강 르네상스 등을 거론하며 "세계 3위 도시가 눈앞에 있다. 압도적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안전 사고에 대해서도 유가족 위로를 전하면서 "더 엄격한 안전 기준과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론 흐름은 예상과 달리 정원오 후보의 공세보다 정 후보를 향한 검증으로 흘러갔다. 가장 강한 공세는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가 맡았다. 김 후보는 정원오 후보의 과거 주폭 논란을 다시 꺼내 들며 "당시 술자리에서 외박을 강요한 적이 있느냐"고 직접 물었다.
이에 정원오 후보는 "토론 주제와 무관한 내용을 펼치는 것은 선거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도덕성 검증이 과연 '토론 주제와 무관한 질문인가'를 두고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다. 정책 능력뿐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책임감, 위기 대응 능력을 검증하는 것 역시 유권자의 판단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원오 후보는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흑색선전", "네거티브", "주제와 무관하다"는 방어 논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궁색해 보였다.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격앙된 반응도 나타났다. 공격을 주도해야 할 도전자 입장에서 설명보다 방어에 시간을 소모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토론 회피 논란은 분명 정원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김정철 후보는 '정원오의 토론 도망 달력'이라 적힌 패널까지 들고 나와 "정원오 후보가 토론 제안을 회피한 날짜마다 직접 기록했다"고 공격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800만 유권자의 선택이 걸린 전국 최대 지방선거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가 두세 차례 TV토론을 통해 정책과 자질 검증을 해왔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가 단 한 차례 법정 토론으로 끝난다는 점은 유권자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오세훈 후보 역시 공격을 피한 것은 아니다. 정의당 권영국 후보는 GTX 삼성역 철근 누락 문제와 관련해 "정말 보고받지 못했느냐"고 강하게 추궁했고, 정원오 후보도 서소문 참사와 주택 공급 미달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보고받은 적 없다.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직무정지 상태에서 선거운동 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 공급 공세에는 "박원순 시절 해제된 389곳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원상 복구하는 중"이라고 맞받아쳤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세훈 후보는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경험과 행정 연속성을 강조했다. 반면 정원오 후보는 '심판론'을 앞세웠으나, 주폭 논란과 굿당 문제, 토론 회피 논란 등 검증 이슈가 겹치며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물론 토론 한 번으로 선거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서울 민심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번 토론은 '오세훈 심판론'이 중심이 되기보다, 정원오 후보 스스로를 둘러싼 검증 공방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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