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가상현실이 오프라인 공간을 대체할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전 세계 레저 산업은 격렬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심각한 위기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이 있다. 개장 초기, 미국 본토의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다가 외면받았던 USJ는 어떻게 연간 1,60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아시아 최정상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비결은 절대강자인 ‘디즈니’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USJ만의 정교한 ‘오픈 플랫폼형 멀티 IP(지식재산권) 콜라보레이션’ 전략에 있다.
디즈니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마디로 ‘폐쇄형 독점 구조’다. 마블, 스타워즈 등 자체 강력 IP만을 활용해 완벽한 세계를 만든다. 하지만 거대한 테마 구역 하나를 짓는 데 수조 원의 자금과 수년의 시간이 걸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반면 USJ는 파크라는 공간을 타사 유명 콘텐츠에 빌려주는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취했다. 놀이기구 레일이나 건물 같은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외부 IP를 가져와 시각 효과, 오리지널 스토리 같은 ‘소프트웨어’만 콜라보하는 고효율 방식이다.
특히 USJ의 오픈 플랫폼 전략이 정점을 찍은 종착지가 바로 ‘슈퍼 닌텐도 월드(Super Nintendo World)’다. ‘명탐정 코난’이나 ‘귀멸의 칼날’ 등이 특정 시즌에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는 민첩한(Agile) 팝업 전략이었다면, 닌텐도 월드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집대성해 파크의 체급을 디즈니급으로 격상시킨 대규모 상설 테마존이다.
USJ는 자신들이 닌텐도 IP를 소유하지 않았음에도 완벽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통해 이 거대한 영구 랜드마크를 성공시켰다. ‘파워업 밴드’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면 파크 전체가 게임 구역으로 변해 블록을 두드려 코인을 모으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경쟁을 벌인다. 실제 트랙에 AR(증강현실)을 입힌 ‘마리오 카트’ 어트랙션은 화면 속 세계를 완벽한 물리 공간으로 확장했다. 자체 IP가 없어도 플랫폼만 매력적이라면 남의 메가 IP로도 전 세계 게이머를 집결시키는 거대 성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테마파크 업계에 USJ의 행보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최근 국내 대표 주자들 역시 이러한 전략을 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명탐정 코난’에 이어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손잡고 상설 대형 야외 구역인 ‘메이플 아일랜드’ 테마존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이는 단기 시즌제 콜라보로 체력을 기른 뒤, 강력한 IP를 하이테크 기술과 결합해 상설 메가 테마존으로 고착화하는 USJ의 진화 과정을 벤치마킹한 좋은 사례다. 에버랜드 역시 포시즌스 가든 전체를 거대한 ‘산리오 캐릭터즈’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키며 개장 첫 달 만에 50만 명 이상의 관객 유치와 식음료 매출 50% 폭증을 이끌어냈다. 외부 팬덤 생태계와 정교하게 호흡할 때 부가 마진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단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화면 속 가상 세계에서 마주하던 서사를 현실이라는 생생한 공간 속에서 직접 만지고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기술이 발전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의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철제 놀이기구의 자극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하나의 거대한 ‘다차원 미디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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