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오나”…환율·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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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오나”…환율·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변수

직썰 2026-05-29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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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명목성장률 10%’ 발언 이후 커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기대감에 한국은행이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은 28일 신현송 총재 체제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필요조건인 성장 반등이 공식화된 셈이다.

시장은 이번 성장률 상향 자체보다 한국은행이 반도체 중심 고명목 성장 국면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가격 급등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확대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실제 ‘4만달러 시대’ 진입 여부는 환율 안정과 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가 좌우할 전망이다.

◇한은 성장률 2.6%로 상향…반도체가 경제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 흐름 등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출 흐름은 예상보다 강하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38.3%를 기록했고 3월과 4월 수출 증가율은 각각 50.2%, 48.0%에 달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가 한국 수출과 투자 흐름 전반을 끌어올렸다.

시장은 최근 한국 경제가 ‘반도체 중심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고성능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의 명목 규모 자체를 빠르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명목성장…‘4만달러 시대’ 기대 커졌다

이는 최근 정부가 ‘명목성장률’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발언한 바 있다.

명목성장률은 현재 가격 기준 경제 규모 증가율이다. 실질 성장률이 생산량 증가를 중심으로 측정된다면 명목성장률은 물가와 수출 가격 상승 효과까지 반영한다. 명목성장률은 국민의 전반적 소득 증가와 직결된다.

명목성장률이 높을수록 1인당 국민소득은 상승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855달러에 명목성장률 10%를 단순 대입하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명목성장률 10% 전망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GDP디플레이터 확대다.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투자·수출 가격까지 반영하는 종합 물가 지표다. 최근 반도체 가격 급등과 수출단가 상승이 GDP디플레이터를 끌어올리면서 명목 GDP 증가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은 실질 성장률 2%대 중반과 명목성장률 10% 전망을 감안할 경우 GDP디플레이터가 산술적으로 7% 안팎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반도체 수출은 350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0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체 수출은 9244억달러를 예상하며 사상 최초 9000억달러 돌파를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수출 증가 상당 부분이 물량보다 가격 상승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째 3만달러 박스권…남은 변수는 환율

한은의 성장률 상향 조정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의 필요조건은 상당 부분 충족됐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15년 처음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약 10년간 3만달러대 박스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855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원화 기준 국민소득은 5241만6000원으로 4.6% 증가했다. 환율 상승이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폭을 제한한 셈이다.

국민소득은 달러 기준으로 계산된다. 원화 기준 경제 규모가 커지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달러 환산 국민소득 증가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환율 안정 여부를 ‘4만달러 시대’ 핵심 변수로 보는 배경이다.

시장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40원 안팎 수준까지 내려와야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말 장중 1530원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동·반도체 사이클이 ‘4만달러 시대’ 좌우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 여부에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이 큰 변수로 본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의 상당 부분이 중동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성장률과 명목 GDP 흐름만 보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조건은 상당 부분 갖춰진 상황”이라며 “결국 핵심 변수는 환율 안정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따른 국제유가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환율만큼 중요한 변수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 여부도 꼽힌다. 현재 한국 경제의 명목 성장 확대 상당 부분이 AI용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증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현재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반도체 자체”라며 “반도체 가격과 물량이 예상보다 더 올라가면 국민소득 4만달러 기대도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사이클이 꺾일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산업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반도체·AI 사이클 둔화 가능성을 주요 하방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리스크 시나리오에서 “AI 투자 수익성 우려 등으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높아진 메모리 가격이 PC·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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