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하던 외국인 어느새 K브랜드 ‘입덕’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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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하던 외국인 어느새 K브랜드 ‘입덕’ [르포]

이데일리 2026-05-29 05:5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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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 22일 일본 도쿄 시부야 ‘캣스트리트’ 초입. “톤업 선크림 체험해보시고 젤라또와 샘플 키트 받아가세요.” 낭랑한 일본어 뒤로 친숙한 한국 화장품(뷰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진행 중이다. 젊은 일본 여성들과 현지를 관광 중인 외국인 여행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줄을 서고 있었다. K뷰티 브랜드 ‘달바’가 진행 중인 팝업 현장이다.

캣스트리트를 지나 도쿄의 쇼핑성지 하라주쿠 한복판에 들어서자 또 하나의 친숙한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의 일본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 마뗑킴의 일본 총판 권리를 가진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지난달 말 야심차게 마련한 일본 거점이다. 현장에는 젊은 중화권 여성 관광객들이 마뗑킴의 가방, 모자 등을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로프트 시부야점에서 진행 중인 'K코스메 페스티벌' 행사장에 히잡을 쓴 중동 여성 고객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K브랜드들이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도 트렌드 성지로 꼽히는 하라주쿠·오모테산도 등에 오프라인 팝업이나 공식 매장을 연달아 늘리며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도쿄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인만큼,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K브랜드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새 하라주쿠·오모테산도(시부야)·신주쿠 등 일본 도쿄 중심부에 K브랜드 매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콘텐츠 열풍이 여전한 상황에서 K브랜드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인식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서다. 또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K브랜드의 수요가 높은 만큼, 현지에서도 적극적으로 구색을 갖추는 모양새다.

분야도 다양하다. K뷰티는 이미 일본내 주요 드럭스토어는 물론 ‘앳코스메’ 등 뷰티 특화매장 등에도 대거 입점한 상태이고, 생활잡화매장 및 백화점 등까지도 영역을 키우고 있다. K패션의 경우엔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매장 오픈이 급격히 늘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는 ‘세계 3대 도시’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도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약 4000만명 수준인데, 이중 절반 안팎이 도쿄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 관광도시에 K브랜드 노출이 급격히 늘면서 대외 인지도와 신뢰도에서도 효과를 볼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 부회장)는 “도쿄는 워낙 큰 관광도시인만큼, 외국인들도 현지에서 K브랜드 매장을 경험하면 브랜드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서울과 도쿄를 동시에 와본 외국인 사이에서도 해당 브랜드의 힘이 더 크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 도쿄 내 K브랜드의 위상 변화는 일본의 대표 생활잡화매장 ‘로프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1일 방문한 로프트 시부야점에선 ‘K코스메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지난해에도 열렸던 행사 규모가 올해는 더 커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4월엔 1층 일부와 2층 한켠에만 진행했었는데, 이번엔 2층 매장 3분의 2 정도에 K뷰티를 배치했다. 1년새 참여한 K뷰티 브랜드 수도 늘어난 모양새다. 행사장에선 히잡을 쓴 중동 여성 관광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달바의 시부야 팝업스토어에는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사진=김정유 기자)


상징적인 공간에 K브랜드가 배치된 사례도 있었다. 도쿄의 명품거리로 꼽히는 오모테산도, 그 중에서도 유명 건축거장이 디자인인한 쇼핑몰 ‘오모테산도 힐즈’에 지난 3월 K패션 브랜드 젝시믹스(337930)가 입점했다. 오모테산도 힐즈는 프리미엄의 상징인 만큼, 젝시믹스의 이번 입점은 의미가 있단 분석이다.

현장에서 본 젝시믹스 오모테산도 힐즈점은 지상이 아닌, 지하에 위치해 있었지만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췄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눈에 띄었다. 이정훈 젝시믹스 일본법인장은 “도쿄의 핵심인 오모테산도 힐즈점과 간사이 최대 상권인 오사카 ‘쿼츠 신사이바시점’이 동서부 양대 축으로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일본내 핵심 상권에 또 하나의 거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K패션 브랜드들의 매장 확대도 눈에 띄었다. 박민주 대표가 이끄는 국내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이미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부야 캣스트리트 인근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이미스는 국내에서도 동양인 두상에 맞춘 모자(볼캡) 등이 인기를 끌며 롯데백화점 등 주요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한 바 있다. 일본 매장에서도 한국에서 잘 팔렸던 모델은 물론, 현지 한정 제품들을 선보이는 등 고객끌기에 나서고 있다.

오모테산도 힐즈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 젝시믹스 매장. (사진=김정유 기자)


이밖에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K브랜드들도 하라주쿠 주요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두 브랜드는 일본 내에서도 중화권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친 고객들도 대만, 중국 고객들이 많았다. 마뗑킴 매장에서 만난 한 20대 대만 고객은 “마뗑킴을 여러 SNS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마침 도쿄에도 매장이 있다고 들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라주쿠 인근 대로에는 국내 아이웨어(안경) 브랜드도 큼지막한 매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블루엘리펀트다. 해당 매장에는 서양권 관광객들이 다수 방문해 안경을 시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과감한 디자인 등이 서양권 고객들에게 꽤 주목을 끄는 모습이었다. 캐나다에서 온 20대 남성 마이클 톰슨 씨는 “한국 브랜드인지는 몰랐다”면서도 “디자인이 새로워 브랜드 자체가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뷰티·패션·아이웨어까지 다양한 영역의 K브랜드들이 도쿄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일본 고객을 넘어 외국인들에게까지 인지도를 키우는 상황이다. K브랜드 자체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일본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믿을 수 있는’ 공식 유통채널로 인식되면서 K브랜드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단 분석이다.

특히 뷰티나 패션 같은 영역에서 일본은 글로벌에서도 상위권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만큼, 현지에서의 인지도와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또한 도쿄에서 K브랜드를 접한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시 해당 브랜드를 다시 찾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도쿄, 특히 관광 동선에 해당하는 K브랜드 매장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고객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구매력 있는 일본 내수와 글로벌 수요를 모두 끌어올 수 있는 만큼, K브랜드들의 도쿄 러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의 매장은 하라주쿠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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