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시장 전반이 ‘AI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업종 대표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올해 들어 약 75%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특히 최근 두 달 동안 SOX 지수 시가총액은 5조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영국 증시 대표 지수인 FTSE1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1.5배 규모에 해당한다. SOX 지수에는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핵심 반도체 기업 30개 종목이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세가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칩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총 7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GPU(그래픽처리장치),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CPU는 물론 반도체 장비 수요까지 동시에 급증하는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수요 확대는 메모리와 장비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증설 수혜 기대감 속에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 밸류웍스의 창립자 찰스 레모니데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칩 수요가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호황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BofA 전략가들은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아직 AI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AI 투자가 실제 데이터센터 증설과 칩 주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닷컴버블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주가 상승 속도가 실적 개선을 지나치게 앞설 경우 조정 가능성 역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수요가 실제 기업 수익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