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정리하다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난 식품을 발견하면 대부분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넣는다. 하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 중 상당수는 사실 한참 더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유통기한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유통기한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기한이다.
즉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곧바로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관만 제대로 했다면 유통기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우유다. 흔히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상한다고 생각하지만, 개봉하지 않고 냉장 보관한 우유는 유통기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마실 수 있다.
실제로 미개봉 상태로 적정 온도에서 보관한 우유는 유통기한이 지나고도 길게는 45일까지 섭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개봉 후에는 빠르게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차이를 알아두면 음식물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유통기한이라는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식품의 종류와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라면·통조림·꿀은 유통기한 의미 없는 수준
유통기한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식품들도 있다. 보관 조건만 지키면 표기된 기한을 훌쩍 넘겨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라면이다. 라면은 건조된 상태로 밀봉돼 있어 세균이 번식하기 어렵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동안 섭취에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라면은 튀긴 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기름이 산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맛이 떨어지므로, 안전성과 별개로 너무 오래된 라면은 풍미 측면에서 권하지 않는다.
통조림도 유통기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식품이다. 밀폐된 캔 안에서 멸균 처리가 된 상태라 보관 기간이 매우 길다. 캔이 부풀거나 찌그러지지 않았다면 표기 기한 이후에도 먹을 수 있다.
꿀은 더욱 특별하다. 꿀은 당 농도가 매우 높아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제대로 보관한 꿀은 사실상 유통기한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할 정도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 식품들의 공통점은 수분이 적거나 밀폐·멸균 처리가 됐다는 점이다. 세균이 번식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부패 속도가 매우 느리다. 보관 상태만 정상이라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두부·생선·생크림은 유통기한 지나면 즉시 위험
반대로 유통기한을 절대 넘기면 안 되는 식품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는 순간 빠르게 변질돼 식중독 위험으로 이어진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두부다. 두부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빠르게 상하므로 기한 내에 먹어야 한다.
생선 역시 마찬가지다. 신선식품인 생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균과 부패가 급격히 진행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생선은 외관이 멀쩡해 보여도 섭취를 피해야 한다.
생크림도 위험 식품에 속한다. 유지방 함량이 높고 수분이 많아 변질되기 쉽다. 유통기한이 지난 생크림은 미세하게 상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더 위험하다.
이 식품들의 공통점은 수분이 많고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조금이라도 기한이 지났다면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핵심은 식품의 특성을 구분하는 데 있다. 건조식품이나 밀폐·멸균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수분이 많은 신선식품은 기한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유통기한이라는 숫자 하나로 모든 식품을 똑같이 판단하면 멀쩡한 음식을 버리거나, 반대로 위험한 음식을 먹게 되는 일이 생긴다. 식품별 특성을 이해하면 음식물 낭비도 줄이고 안전한 식생활도 함께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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