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 삶터에서 185만 명이 찾는 예술 마을로…'대통령상' 거머쥔 부산 대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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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삶터에서 185만 명이 찾는 예술 마을로…'대통령상' 거머쥔 부산 대표 명소

위키푸디 2026-05-28 22:57:00 신고

늦은 오후,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면 산자락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 위로 주황빛이 스며든다. 계단식으로 이어진 집들의 실루엣이 노을빛에 물들 때, 부산 사하구의 한 산비탈 마을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1950년대 6·25 전쟁 피난민들이 생존을 위해 산자락을 깎아 판잣집을 올리며 형성된 터전인 ‘감천문화마을’의 이야기다.

앞집이 뒷집의 햇볕과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층층이 쌓아 올린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월이 흘러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척박했던 삶의 흔적 위에 예술의 온기를 더해 연간 185만 명이 찾는 부산의 대표 명소로 거듭난 이곳을 찾았다.

피난민의 삶터에서 '대통령상' 빛나는 도시 재생의 모범으로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의 아픔과 우리 근현대사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는 공간이다. 전쟁 당시 밀려든 피난민들이 정착하며 급경사 지형에 빽빽하게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집단 주거 형태를 이뤘다. 낙후된 달동네에 불과했던 이 마을이 변화를 맞이한 것은 지난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골목 구석구석에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하며 마을은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보전한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높게 인정받았다. 지난 2012년 문화적 가치를 살린 뛰어난 공간에 수여하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거머쥔 데 이어, 2016년에는 세계 교육 도시 연합(IAEC) 국제 교육 도시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국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한국 대표 관광지 목록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현재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답사 코스로 자리를 굳혔다.

미로 골목길 누비는 탐험…'어린 왕자'와 함께 바라보는 다도해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는 것은 감천문화마을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마을 안내센터에서 손지도를 구입해 구석구석 숨겨진 도장을 찍으며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탁 트인 전망과 조우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전망대인 ‘하늘마루’에 오르면 색색의 지붕들이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독특한 경관과 함께 부산항, 감천항 앞바다의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문객들이 가장 길게 줄을 서는 곳은 단연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형물 앞이다. 난간에 걸터앉아 어린 왕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마을을 상징하는 대표 구역이 됐다. 만약 인파를 피해 한적하게 마을의 구조를 감상하고 싶다면 아래쪽 골목에 위치한 ‘독락의 탑’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겹쳐진 계단식 마을 풍경을 정면에서 한량없이 눈에 담을 수 있다.

보는 관광을 넘어 몸으로 체험하는 예술 마을

마을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넘어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는 공간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마을 내 마련된 여러 공방에서는 목각인형 만들기, 부채나 가방에 그림 그리기 등 손으로 직접 기념품을 제작하는 참여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골목의 이색적인 정취와 어우러지는 한복을 빌려 입고 전통 의복의 멋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기는 한복 체험 역시 젊은 도보 여행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몇 시간 머물다 가는 방문이 아쉽다면, 비어있던 옛집을 깔끔하게 고쳐 만든 게스트하우스인 ‘감내어울터’나 ‘방가방가’ 등에서 하룻밤을 묵어가는 체류형 관광도 가능하다.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저녁 무렵,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마을의 야경은 낮에 보던 활기찬 모습과는 또 다른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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