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길어지는데 보호장치는?"…증시 '24시간 거래' 찬반 논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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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길어지는데 보호장치는?"…증시 '24시간 거래' 찬반 논란 격화

르데스크 2026-05-28 16:26:04 신고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력 확보와 투자 편의성 확대를 위해 거래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권업계 노동자들은 근로조건 악화와 전산 리스크 증가, 투자자 보호 공백 등을 이유로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이하 노조)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증시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금융시스템 붕괴 및 금융투자자 피해 방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주식 거래시간 연장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거래시간이 늘어날 경우 정보와 인프라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에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증권사 전산 시스템 운영 시간이 장시간으로 확대될 경우 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 시간이 길어지면 주문 처리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점검 등에 배정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전산 장애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늘어난 거래시간에 따른 증권사 직원들의 노동 강도 강화와 인력 운영 부담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 2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이하 노조)는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증시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과 투자자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이날 집회 현장. ⓒ르데스크

 

노조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은 개인투자자들을 사지라 내모는 악수다"며 "거래량과 참여자가 극히 제한된 오전 7시 프리마켓은 극심한 호가 공백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초고속 알고리즘과 거대 자본을 갖춘 전문 트레이더들에게만 합법적인 사냥터를 열어주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거래시간 연장으로 인해 증권업계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업무 집중도 역시 저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거래소는 2027년 12월을 목표로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중간 단계로 프리마켓(장 시작 전 거래)과 애프터마켓(장 마감 후 거래)을 도입해 하루 거래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놨으며 증권업계의 시스템 개발 및 테스트 기간 확보 요구를 수용해 당초 6월이었던 시행일을 9월 14일로 연기했다.

 

이 같은 반발 기류 속에서도 거래소는 거래시간 확대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필수 과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홍콩 등 주요국 거래소들이 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해 장시간 거래를 넘어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국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는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시차 제약이 해소되는 만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신규 자금 유입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내 찬반 논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6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할 당시의 한국거래소(KRX) 홍보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직장인을 비롯해 주간 시간대 매매가 어려웠던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거래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경우 시차 문제 등으로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렸던 이른바 '서학개미'(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들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유입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장시간 거래가 오히려 정보와 자본력의 비대칭성을 심화시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만 유리한 운동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증시 거래시간 연장 반대 청원'이 올라와 약 1만명의 투자자가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청원은 30일 이내 5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식 채택되지 못한 채 최종 종료됐다.

 

전문가들은 거래시간 연장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충분한 인프라 검증과 단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우리나라 주가지수 상승률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며 "주식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이러한 외국인 자본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사실상 12시간 거래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오는 9월 거래시간이 늘어나는 부분은 시장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시장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속도 조절과 체계적인 보완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KRX) 사옥. [사진=연합뉴스]

 

다만 "최종 단계인 24시간 체제로 전환될 경우에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 피로도와 증권사의 인프라 운영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24시간 거래 체계의 본격적인 도입 시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조절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주식시장은 엄연히 가상화폐 시장과 다르다'며 "24시간 운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주식시장을 사실상 코인 시장처럼 만드는 꼴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새벽까지 거래가 이어지면 개인 투자자들은 밤새 주식 창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고 이는 일상생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차를 이용해 외국인이 새벽 시간대에 공매도를 공세적으로 감행할 경우 정보와 인프라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대응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과적으로 거래소가 내세우는 장점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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