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란-중국 '중간' 말레이 해역 취재…미 제재 공공연하게 회피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의 제재에도 이란 정권이 낡은 유조선으로 구성된 비밀 함대를 동원해 이른바 '해상 무법 수역'에서 중국에 수개월째 원유를 판매해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이 이란산 원유의 주요 환적지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을 취재한 결과, 제재를 피하기 위한 선박 간 석유 환적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역은 중국과 이란 해역의 중간쯤인 잔잔한 바다로, 이른바 동부외항경계(EOPL)로 불리며 사실상 해상 무법 지대로 통하는 곳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곳에는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들이 중국 정유소로 향하는 선박들에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선박들은 선체에 새겨진 이름을 가리기 위해 방수포 등을 늘어뜨리고 검은색 페인트로 식별 번호를 지웠다.
환적을 위해 한 선박이 제재 대상 석유를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어 출처를 모호하게 만든 뒤 이란의 최대 고객인 중국에 보낸다.
지난 8일 취재진은 이란산 원유를 운반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노후 선박 '카탈리나 7호'가 검은색 페인트로 이름을 가린 다른 선박과 두꺼운 호스를 연결해 석유를 옮겨 싣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같은 비밀 석유 환적은 이란 정권의 저력과 더불어 미국의 압박에도 이란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극명히 보여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협상에서 이란에 대한 석유 제재 해제를 거부해왔으나, 이란 정권은 우회 수단을 통해 여전히 석유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2022년부터 이란산 석유 수입을 전혀 기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의회 자문기구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310억달러(약 47조원) 안팎의 석유 수익을 거뒀다. 이 금액은 이란이 해외에 판매한 석유의 약 90%에 달한다.
이란은 석유 수출의 대부분을 제재 대상 정권의 석유를 실어 나르는 수백척의 유동적인 선박 군단인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의존한다.
중국은 선단이 계속 가동될 수 있게 돕는다. 유조선들의 법적 소유주 역할을 하는 많은 법인이 중국 도시에 등록됐으며, 선원들도 상당수 중국 출신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재무부가 그림자 선단을 추적하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가 이란 정권의 석유 수익 약탈을 차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 기사 내용에 대한 WSJ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일방적 제재"에는 단호히 반대하며, 자국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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