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회삿돈으로 수억원대 슈퍼카를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한 기업들을 조사하자 법인 자금 유용 등 각종 탈세 혐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 실태를 정밀 분석한 뒤 19개 업체를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탈루 혐의 규모는 총 3천억원에 달한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총 300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90대를 법인 명의로 보유하면서 이를 사실상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를 계기로 다른 탈세 정황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는 2024년부터 취득가 8천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를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슈퍼카가 오히려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제조업체 A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사는 시가 3억원이 넘는 슈퍼카 6대(총 36억원 상당)를 포함해 수입차 45대를 보유했다.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해당 슈퍼카들이 사주 B씨가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으로,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고급 유흥주점을 수차례 이용하며 약 15억원의 유흥비를 회삿돈으로 결제하고, 정당한 근거 없이 약 60억원의 급여를 과다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법인이 가상자산 채굴기를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주 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관련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정황 역시 포착됐다.
건축 관련 제조·판매 법인을 운영하는 C씨는 회삿돈 약 6억원으로 슈퍼카 3대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자녀도 해당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녀가 지배하는 또 다른 법인에 차량을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자녀는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약 2억원의 가공급여를 수령했다.
또 다른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 자녀 회사를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를 통해 약 10억원의 이익을 몰아준 정황도 확인됐다.
아울러 C씨는 회삿돈 약 10억원을 자신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했다.
뷰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회사 명의로 총 7억원 상당의 슈퍼카 3대를 리스한 뒤 배우자가 이용토록 했다가 국세청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에는 배우자가 해당 법인 차량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정황도 발각됐다.
국세청 분석 결과 D씨는 가족에게 약 15억원 규모의 가공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주 일가는 골프장과 고급 호텔, 상품권 구매 등 호화·사치 생활에 법인카드로 약 10억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D씨 회사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광고비 명목으로 60억원을 송금하거나 다른 특수관계법인의 운반비 15억원을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E씨 역시 유학 중이던 자녀의 귀국 시기에 맞춰 회삿돈 3억원으로 구입한 슈퍼카를 자녀가 이용하게 했다가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렸다.
과거 약 180억원 규모의 빌딩을 공동 매입하는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약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찾아냈다.
국세청은 E씨 회사가 해외 체류자를 국내 근무자로 꾸며 약 5억원의 인건비를 부풀린 정황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일시 보관과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차명계좌 이용이나 증빙 조작 등 고의적인 조세 포탈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고가 법인 차량을 활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기록부 작성 의무를 도입했고, 2024년부터는 8천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를 시행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억원이 넘는 법인 등록 차량은 2023년 5만1천542대에서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2024년 3만3천960대로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3만9천429대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한 기업 리뷰 게시판에 직원 연봉은 동결하는데 대표는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돈 자랑을 한다는 분노 섞인 비판 글이 올라왔다”며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며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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