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생존 위기에 직면한 홈쇼핑 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 및 상생 도모를 골자로 한 보완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구제안과 송출 수수료 인하에 대한 강제성이 제외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28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따르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해 홈쇼핑 사업자의 규제 부담을 덜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중소기업 지원 체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마련, 추진한다.
이번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 환경 변화를 반영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의 화면비율 규제 개선이다. 화면의 절반(50%)을 차지해야 했던 데이터 영역 의무 비율을 25%로 대폭 축소, 영상과 데이터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 속 시청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홈쇼핑 사업자에 지워졌던 행정적·제도적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우선 매년 수시로 진행되던 사업재승인 조건 이행점검 항목을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등 핵심 지표 위주로 대폭 간소화해 유연한 경영 환경을 지원한다.
연간 전체 방송시간의 55~80%를 차지했던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비율’도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최소 요건을 갖춘 영세 기업에 추첨제로 방송 기회를 주는 등 실질적인 판로 개척과 육성이라는 질적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홈쇼핑 업계의 주요 갈등 요인인 유료방송사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대가검증 협의체’가 수수료 산정 요소를 객관적으로 검증한다. 직접 조정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 사적 계약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은 홈쇼핑사들의 운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완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의 35~40% 수준에 육박하는 송출 수수료와 이커머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현재 홈쇼핑 경쟁력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료 방송사 대상의 과도한 송출 수수료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밝힌 점은 업계 내에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아울러 진입 장벽이 높았던 홈쇼핑 골든타임의 중소기업 편성 비율을 조절하고 전용 채널 신설을 검토하는 조치 역시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면에서 지지를 얻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교수는 “현재 홈쇼핑 업계는 고사 직전일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 재승인 조건 간소화 등의 규제 완화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의 발표안이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송출 수수료를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낮출 것인가’에 대한 세부 실행 계획이나 강제성 있는 방안이 빠진 선언적 발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중소·소상공인 전용 데이터 홈쇼핑 채널 신설과 정액 수수료 편성 한도 상향 등 상생책을 두고 구조적 모순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홈쇼핑사 입장에서 자금력과 브랜드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 상품 편성이 실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프라와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실제 히트 상품으로 이어질 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 등을 통해 유사한 중기 상생 사업이 발 빠르게 추진돼 온 만큼 이번 정책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자체가 침체돼 기존 채널조차 생존을 위협받는 마당에 전용 채널을 새로 만드는 것은 시장 현실을 간과한 ‘과잉 공급’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 17개 안팎의 홈쇼핑 채널이 존재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전용 채널을 추가로 신설한다고 해도 유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내놓은 송출 수수료 인하 방안 역시 일시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홈쇼핑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구조적 낙후성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따라서 전통적인 TV 홈쇼핑 채널을 인위적으로 늘리기보다, 라이브 커머스와 같은 신규 디지털 채널로의 포지셔닝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향이라고 진단한다.
즉 과포화된 채널을 늘리는 인위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고령화된 시청층에 머물러 있는 홈쇼핑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변화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포지셔닝 연구 △콘셉트 전환 △기술 발전 투자 등 홈쇼핑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홈쇼핑 산업은 미디어 환경 변화와 고령화, 시청률 저하가 맞물리며 대학이나 면세점처럼 이미 사양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히 채널을 늘리거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할 곳은 기존 홈쇼핑의 연명이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 같은 신규 채널로의 포지셔닝 전환과 체질 개선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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