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환율 여파로 국내 은행권의 자본건전성 지표가 다시 하락했다. 지난해 말 결산배당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자본비율이 낮아진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기업대출과 외화자산 증가까지 겹치며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한층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2026년 3월 말 국내은행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41%로 지난해 말(13.51%) 대비 0.10%포인트 하락했다.
총자본비율은 15.64%로 전년 말(15.83%)보다 0.19%포인트 낮아졌고, 기본자본비율 역시 14.66%로 0.14%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은행권 자본비율은 결산배당 확대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총자본비율은 전분기 대비 0.09%포인트 낮아진 15.83%, 보통주자본비율은 0.12%포인트 하락한 13.51%를 기록했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자본비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기업 익스포저 확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지목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외화대출과 기업금융 자산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은행들의 자본비율은 모두 감독당국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현행 규제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8.0%,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이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D-SIB)의 경우 각 비율에 1%포인트가 추가 적용된다.
보통주자본비율 기준으로는 씨티은행, SC제일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수협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14% 이상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은 13%대를 유지했다.
총자본비율 기준으로는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SC제일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수협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16%를 웃돌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반면 BNK금융지주는 14%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가 IPO 효과에 힘입어 보통주자본비율이 전년 말 대비 7.04%포인트 급등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리금융(0.72%포인트), 토스뱅크(0.39%포인트), IBK기업은행(0.04%포인트), JB금융지주(0.03%포인트)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씨티은행은 3.64%포인트 하락하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카카오뱅크(-0.97%포인트), 수출입은행(-0.94%포인트), SC제일은행(-0.79%포인트), 수협은행(-0.69%포인트) 등 상당수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하락했다.
은행권은 올해 1분기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지만, 자산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중동 리스크와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과 자본관리 강화를 지속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이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 기반 위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자본적정성 관리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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