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최대폭 상향 조정…경상수지 흑자 2천500억달러, 작년의 두 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2%→2.7%…3년 만에 최고 상승률 전망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임지우 이도흔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석 달 만에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이는 잠재성장률(약 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2.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 2월 전망치에서 0.6%포인트(p) 높였는데, 이는 2021년 5월 3.0%에서 4.0%로 1.0%p 올린 이래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1분기 GDP 성장률이 1.7%(전 분기 대비)로 한은 기존 전망치(0.9%)를 크게 상회한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조사국은 보고서에서 중동발(發) 공급 충격을 추경 등 정부 정책이 일부 완충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정보기술(IT)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p 높이고 정부 추경과 증시 호황도 성장률을 각각 0.2%p, 0.1%p씩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동 전쟁은 올해 성장률을 0.4%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024년 11월 1.8%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해 5월 1.6%로 낮췄다. 이후 지난해 11월 1.8%, 지난 2월 2.0%로 눈높이를 높여왔다.
이번 한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2.5%) 보다 소폭 높고, 한국금융연구원(2.8%) 보다는 낮다.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지난달 말 평균 전망치인 2.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1.7%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9%보다도 높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을 4.9%로 전망했다. 지난 2월(2.1%) 전망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4%로 2월(2.4%) 전망보다 크게 높여 잡았고, 민간소비도 1.8%에서 2.0%로 높였다.
반면 건설투자는 1.0%에서 0.6%로 낮췄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를 반영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2월 전망치(1천700억달러)보다 대폭 높인 2천500억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지난해의 1천231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취업자 수는 18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19만명)보다 부진하지만, 정부 추경 효과와 돌봄 관련 일자리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점 등을 반영해 2월 전망(+17만명)보다 소폭 상향 조정했다.
민간 고용상황도 작년 하반기 이후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전망치인 1.8%에서 2.1%로 0.3%p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1.9%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 2월 1.8%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올렸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강하게 지속되며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신 총재는 "성장세가 상향 조정된 것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반도체가 단기간에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 확대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5%p, 0.3%p씩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p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로 빅테크 기업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성장률이 올해 0.3%p, 내년 0.2%p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동 상황 전개에 따른 낙관·비관 시나리오도 각각 제시했다.
먼저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p씩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올해 0.2%p, 내년 0.3%p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고 연말까지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5%p, 0.3%p씩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0.3%p, 내년 0.5%p씩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2%에서 2.7%로 0.5%p 상향 조정했다. 2023년(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올해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시차를 두고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고유가 충격이 파급되면서 지난 2월 전망보다 크게 높은 2.7%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2.1%)보다 높은 2.4%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세는 올해 8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작년 8월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0.5∼0.6%p) 등으로 올해 8월에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올해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에서 2.3%로 올렸다.
한은은 "내년에는 유가 측면의 비용상승 압력이 줄어들겠지만 수요측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목표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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