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금융소외 '예방'하는데…한국은 연체 후 '사후약방문'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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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금융소외 '예방'하는데…한국은 연체 후 '사후약방문' 되풀이

르데스크 2026-05-28 13: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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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포용금융 정책이 여전히 정책서민금융 공급과 채무조정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이 포용금융을 경제안정 전략으로 접근하며 범정부 차원의 체계 구축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은 단기적 자금 지원에 치우쳐 금융 취약계층의 장기적 자립 기반 마련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주요국은 포용금융을 단순 복지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디지털 금융 전환 속에서 금융 소외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금융 접근성과 금융 회복력 강화를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포용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접근권부터 디지털 포용까지…장기 전략 구축한 해외 주요국

 

미국은 대표적인 포용금융 선진국으로 꼽힌다. 미국은 1977년 제정된 지역재투자법(CRA)을 통해 은행이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저소득 지역 주민을 금융서비스에서 배제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 산하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을 중심으로 금융소외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과 금융 인프라 등을 확대해왔다. 단순 대출 공급이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금융 접근권 보장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미국 포용적 금융 국가 전략'을 발표하며 거래 계좌 접근성 확대, 안전하고 부담 가능한 신용상품 제공, 저축과 투자 접근성 확대, 정부 금융서비스 포용성 강화, 소비자 보호 등 5대 핵심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저수수료 계좌 확대와 대체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개선, 실시간 결제 시스템 도입 등 디지털 금융 접근성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 포용금융 정책 재설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단기적 자금 지원에 치우쳐 금융 취약계층의 장기적 자립 기반 마련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대표 사례인 '뱅크 온(Bank On)' 프로그램은 금융소외계층이 안전하고 저렴한 거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최소 개설 예치금과 유지 수수료를 낮추고 초과 인출 수수료를 없앴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시스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본 구조 자체를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역시 포용금융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포용적 금융 전략'을 통해 디지털 금융 접근성, 저축 지원, 보험 접근성, 부담 가능한 신용상품, 문제 채무 해결, 금융 교육 및 역량 강화 등을 6대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전국 오프라인 뱅킹 허브를 확대했다.

 

프랑스는 금융 접근권 자체를 법적 권리로 보장한 국가다. 프랑스에서는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을 거부하더라도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해 다른 금융기관을 지정하고 계좌 개설을 지원한다. 경제적 취약 고객에게는 월 3유로(약 5250원) 이하의 저가 금융서비스를 의무 제공하고 지급 사고 수수료 상한도 제한하고 있다. 금융 접근성을 시장 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최소한의 금융 이용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 특성을 반영한 포용금융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저소득층·장애인·고령자 대상 생활복지자금대출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대상 다언어 금융서비스와 청각장애인 지원 서비스, 우체국 기반 금융 접근성 강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동시에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중심으로 연령별 금융 교육 체계까지 구축하며 금융 취약계층의 장기적 자립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상 해외 주요국들은 포용금융을 단순한 대출 공급 정책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교육·채무 회복·디지털 포용을 포함한 사회 안전망으로 인식하고 장기 전략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공급 확대에 머문 한국 포용금융…"금융 회복력 중심 전환 필요"

 

▲ 국내 채무조정은 연체 이후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 중심 절차에 집중돼 있어 사전 예방과 재기 지원 기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의 포용금융 정책은 여전히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와 채무조정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햇살론·새희망홀씨·사잇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금융 취약계층의 장기적 금융 회복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포용금융 정책은 연체 발생 이후 채무조정이나 정책대출 공급 확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이 추진 중인 금융 접근권 보장, 디지털 금융 포용, 금융교육 강화, 지역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 등 예방 중심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긴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고령층과 농어촌 거주자, 저소득층의 금융 소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장기 전략이나 오프라인 금융 접근망 유지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금융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재무부 산하 금융문해력교육위원회(FLEC)를 중심으로 범정부 금융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교육 플랫폼 'MyMoney.gov'를 통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금융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통해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연령별 금융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교육은 여전히 단기 특강이나 일회성 캠페인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채무조정 구조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공적 파산 이전 단계에서 민간 비영리기관 중심의 사적 채무조정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 상담과 재무교육이 함께 진행된다. 반면 국내 채무조정은 연체 이후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 중심 절차에 집중돼 있어 사전 예방과 재기 지원 기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포용금융 정책이 단순한 '자금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금융 회복력(financial resilience)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대출 지원만 반복할 경우 취약계층이 구조적으로 금융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포용금융은 취약계층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돼 있다"며 "하지만 해외 주요국은 금융 접근권 자체를 공공 인프라로 보고 금융교육·디지털 접근성·채무 예방까지 연결된 종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한 채무 경감이나 저금리 대출 공급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서 한 번 밀려난 개인이 다시 경제활동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회복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 접근성과 교육, 디지털 포용, 채무 회복을 하나의 사회 인프라로 재설계해 금융 취약계층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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