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연명의 정치와 지워진 탈석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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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연명의 정치와 지워진 탈석탄의 시간

프레시안 2026-05-28 11:45: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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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는 두 가지 중요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전KPS 직접고용 및 산업안전 합의문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화력발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강화 종합 방안이다. 시간이 흘러 5월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모처럼 여야 합의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대안)"이 통과됐다. 같은 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년)도 공개됐다.

이렇게 이재명 정부에서 국무총리 훈령에 따른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의 합의문이 마련됐고, 석탄발전 관련 특별법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새롭게 재생에너지 법정계획도 수립됐다. 이런 상황에서 5월 30일, '태안화력 故 김충현 노동자 1주기 추모대회'가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다. 그리고 6월 13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단순한 추모제도 아니고 연례행사도 아니다. 전환 갈등이라고 할까, 아니면 전환통(痛)이라고 할까,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면, 과감하게 잘라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년 동안 국회에 탈석탄 관련 법안이 17개나 제출됐다. 석탄발전소 폐지지역을 지원하는 법안이 주를 이루다가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마련한 "석탄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의 꼴을 갖춘 법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석탄발전소 폐쇄·중단 그리고 산업·노동·지역 전환을 포괄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담은 법안은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지 및 정의로운 전환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박지혜 의원),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안"(김정호·서왕진·정혜경 의원), 그리고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안"(안호영 의원).

우려했던 대로 상임위 대안은 탈석탄의 시간 목표를 지워버렸다. 상임위 대안에 대해 부동의를 표명한 서왕진 의원의 소수의견은 이렇다. "원안의 핵심 취지인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를 위한 구체적 목표 연도 설정 및 정부의 폐지 권한 규정을 누락하고 있음. 이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본연의 입법 목적을 크게 약화할 뿐만 아니라, 발전 사업자에게 조기 폐쇄가 자발적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할 소지가 있으므로 본 대안에 부동의함."

그렇다. 상임위는 전환 감각을 상실했다. 올해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믿기 어렵게 됐다. 전원 예비력 확보 차원의 접근도 모자라 국가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둔 '안보전원발전기' 개념까지 동원해 석탄발전을 유지할 근거 조항을 끼워 넣었다. 석탄발전소 폐지지역에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우선하겠다지만, 대체산업으로 원전(소형모듈)을 포함하는 '무탄소발전'까지 집어넣었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비전은 "지역이 누리고 산업을 살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대전환 실현"이다. 무엇이 에너지 전환이고, 어디까지가 에너지 전환일까.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5월 27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직접고용 약속 이행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석탄발전소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한 묶음으로 보고 이를 발전공기업의 공공성 강화이자 정의로운 전환으로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장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박해철 의원/안호영 의원)과 "한국발전공사법안"(장혜경 의원)으로 연결되기 어렵겠지만, 진일보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대안)"과 포개지는 순간 희미해진다.

특별법안(대안)의 핵심 내용은 폐지 절차와 폐지 지원으로 구성된다. 폐지 절차를 보면, 석탄발전사업자가 폐지 예정일 2년 전 폐지계획을 수립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전력정책심의회 심의 후 폐지 계획을 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장관은 전력계통 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석탄발전소가 소재한 광역 단체장이 설치하는 '지역전환 협의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정부 부처의 역할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능이 모호해진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지 예정일"과의 인과적 관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탈석탄 시점의 법적 목표 및 설정 방식이 삭제됐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폐지 절차와 폐지 지원의 경계에는 장관이 수립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전환 및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이 있다.(법안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및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이라 표현된 제7조 1항은 부디 자구 수정하기 바란다!) 이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폐지지역 지원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그리고 시·도가 수립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전환 및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시행계획"은 '지역전환 협의체'의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나 위원회와 협의체는 자문 기구에 그친다.

앞서 언급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의 위상에 한참 못 미칠뿐더러, '종합 방안' 합의문에 담겼지만, 여태 소식이 없는 "(가)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역할을 담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정될 특별법에 따른 신설위원회에 이 협의체의 구조와 의제 그리고 협의체가 논의해 온 결과를 이전하기로 했다. 환기 차원에서 이 지면에서 반복하자면, 협의체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발전산업 노동자에 대해 고용영향을 평가하고,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제2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등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협의체가 다뤄야 하는 세 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연료환경운전 하청 노동자와 경상정비 민간협력사 하청노동자, 발전공기업(발전5사) 노동자 및 자회사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

2. 1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 재배치, 근무패턴, 직무전환 교육 등 인력운영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

3. 고용안정 방안의 실제 범위를 결정짓는 관련 에너지 정책(석탄, LNG복합 등 화력발전소의 폐쇄 절차, 재생에너지 영역에서 공공부문의 비중 확대 및 인력 육성,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정비산업의 공적 역량 육성 등)

특별법안(대안)의 폐지 지원을 시책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단순하게 정리된다. 첫째, 노동전환 관련해서는 '노동자 고용 안정 및 전직지원'과 '고용보조금 및 교육훈련보조금'이다. 둘째, 산업전환은 '석탄발전사 및 협력업체의 사업재편 또는 사업전환 지원'과 '발전소 기반시설 재활용을 위한 특례'를 활용한다. 셋째, 지역전환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및 고용위기지역 지역'과 '시·군·구 등 폐지지역 지역활성화 사업'으로 뒷받침한다.

그런데 이 정도면 "탄소중립기본법"(제7장 정의로운 전환)과 "산업전환고용안정법"으로도 충분할 텐데, 고생스럽게 그것도 특별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석탄발전의 안보전원화와 (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한 무탄소발전화라는 허구적 전환 노림수를 제외하면 무엇이 있을까. 발전소 부지 및 기반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추가할 수는 있겠다. 한 마디로 상상력이 소거된 전환 멜랑콜리. 저항할 기운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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