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5월, 햇살은 눈부시고 거리에는 푸른 기운이 가득하지만 문득 마음 한편이 허전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매년 이맘때면 다시 펼쳐보게 되는 고전이 있다. 바로 위대한 개츠비다. 화려한 재즈 시대의 환상과 그 이면의 공허를 그려낸 이 작품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붙든다.
1925년 발표된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20년대 미국은 화려한 파티와 사치, 향락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그 눈부신 풍경 뒤에 숨어 있는 허무와 몰락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거대한 저택에서 매일 밤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미스터리한 남자 ‘제이 개츠비’가 있다.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온갖 소문을 퍼뜨린다. 누군가는 그가 전쟁 영웅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범죄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고 수군댄다. 하지만 개츠비가 그토록 화려한 삶을 만들어낸 이유는 단 하나다. 과거에 사랑했던 여인 ‘데이지’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다.
개츠비는 사랑을 위해 부를 쌓고, 거대한 저택을 세우고, 매일 밤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강 건너 초록빛 불빛 하나를 바라보며 언젠가 데이지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작품은 점점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가. 사랑은 추억 속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꿈은 끝내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위대한 개츠비』가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돈과 성공, 화려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끝내 공허와 외로움 속에서 흔들린다. 특히 개츠비의 순수한 열망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의 차가움은 읽을수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피츠제럴드 특유의 문장에 있다. 금빛 조명 아래 울려 퍼지는 재즈 음악, 밤공기를 가르는 자동차 소리, 반짝이는 드레스와 샴페인의 향취까지 소설은 한 시대의 풍경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동시에 그 화려함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도 조용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민음사 판본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김욱동 번역가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의 ‘결정판 텍스트’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역했으며, 자연스럽고 세련된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5월은 늘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계절이지만, 동시에 지나가버릴 청춘과 꿈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그런 계절의 감정과 닮아 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끝내 붙잡을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우리는 매년 5월이면 다시 개츠비의 초록빛 불빛을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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