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모회사 이사회 책임 강화” vs “예외 규정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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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모회사 이사회 책임 강화” vs “예외 규정 둬야”

이데일리 2026-05-27 16:00:48 신고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중복상장 제도개선 논의에서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 강화가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가 반복돼 온 만큼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소통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 위축과 자금조달 부담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 세미나’에서는 모회사 이사회 의무와 주주동의 절차 도입 등을 두고 학계·기관투자자·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업계 관계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앞선 세미나에서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방향성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이날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 절차와 이사회 역할에 논의가 집중됐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3차 세미나’에서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진행 중이다. (사진=신하연 기자)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이사회 찬반결의 및 자회사 통지 △관련 내용 공시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된 만큼 모회사 이사회 역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충실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특히 독립 사외이사 중심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회사 상장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주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이 적절한지 특별위원회가 사전 심의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 의견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세계푸드의 자진 상장폐지 사례처럼 특별위원회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인상 등을 권고한 사례도 소개됐다.

이와 관련해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복상장 구조 때문에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특별위원회만으로 부족하고 비지배주주 다수결(MoM) 방식이 필요하다”고 호응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한국은 재벌 중심 구조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방향이 맞다”며 “인적분할 등을 통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지분을 직접 배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VC·PE 업계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투자와 기업공개(IPO)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이사회나 특별위원회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이나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권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순수 지주회사 구조의 경우 사업회사 물적분할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순수 지주회사는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회사 설립과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이나 기존 투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B 업계 역시 국내 기업 구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순수 지주회사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해외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절대적 기준보다는 기업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열린 형태의 심사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측에서는 주주동의 절차의 법적 근거와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MoM이나 3%룰 등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는 만큼 절차적 의무인지 실체적 규제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는 기업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규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별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적용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현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 정책 방향이 단순 금지보다는 실질적인 주주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벤처기업이나 해외 상장 등 다양한 사례를 고려해 거래소가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 제도안을 추가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임홍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주주의 실질적인 보호라는 부분에 방점을 두고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며 “7월 시행 목표에 맞춰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세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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