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국토교통부가 비아파트 공급 대책을 나흘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앞서 공공이 사들여 임대로 푸는 매입임대 방안을 내놨다면, 이번에는 민간이 직접 짓도록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을 더한 ‘착공 독려’에 방점이 찍혔다. 수도권 규제지역에만 인허가 후 삽을 뜨지 못한 주택사업장이 32만3000가구에 달했다. 따라서 정부는 멈춰 선 비아파트 사업장을 실제 공급으로 전환해 전월세 시장의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하지만 공사비는 뛴 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수요 회복도 더딘 만큼 실제 효과는 입지와 품질, 적기 공급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매입임대 이어 착공 독려…미착공 ‘32만가구’ 깨운다
국토부는 지난 22일 수도권 규제지역에 매입임대 6만6000가구 공급 계획을 밝힌 데 이어, 26일에는 민간이 직접 짓도록 규제 완화와 금융지원에 나선다. 매입임대가 공공이 사들여 임대로 푸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멈춰 선 비아파트 사업장에 다시 삽을 뜨게 하려는 ‘착공 독려’에 가깝다. 정부는 수도권 비아파트를 2026~2027년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가 겨냥한 곳은 이미 허가는 받았지만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지역 내 인허가 후 미착공 주택사업장은 서울 19만가구, 경기 규제지역 13만3000가구 등 총 32만여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만가구는 평균 착공 기간보다 1년 이상 밀려 있다. 현장에서는 아직 삽도 뜨지 못한 ‘대기 물량’이 수도권에만 수십만 가구 쌓여 있는 셈이다.
발목을 잡는 건 돈줄과 공사비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은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에 몸을 사리고 있고, 현장에서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허가는 났지만 돈이 막히고, 비용이 뛰고, 사업성이 흔들리면서 착공 시계가 멈췄다.
◇PF·분양보증 손질 나선 정부…건설업계 “사업성 개선은 별개”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 것은 자금 조달과 공사비다. 정부는 그동안 아파트 중심으로 운영돼 온 HUG 보증 체계를 비아파트 사업장에 맞게 손질한다.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비아파트 전용 특례 PF 보증과 분양보증을 신설해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과 보증료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은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에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며 “하지만 사업성이 따라오지 않아서 주춤했던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비아파트 선호가 높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자금 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사업성 자체를 회복시키는 처방은 아닐 수 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PF 보증이 대출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어 착공은 유도할 수 있어도 이후 공사비 추가 상승, 미분양, 자금 회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후유증에 수요 회복 더뎌…적기 공급이 관건
다만 정부 대책이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세사기 이후 기피 심리와 공사비·인건비 상승, 낮은 사업성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원으로 착공 문턱을 낮추더라도 사업자가 가격을 맞추지 못하거나 수요가 없으면 공급 일정은 다시 밀릴 수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여파로 청년층이 기피하는 주거 형태가 된 측면이 있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일정 부분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선거 이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도 있어 당장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보다는 일부 온기를 더하는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착공 독려에 따른 부실 우려에 대해 “소규모 비아파트 사업장의 경우 부실 가능성 자체보다는 최근 인건비와 건축비가 오른 만큼 가격이 맞지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실제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적기 공급을 위해서는 미착공 사업장을 일괄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공사비 반영 기준, 매입가격 현실화 등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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