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두고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서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 국면을 넘기고 임금협약을 공식 확정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27일 오전 10시 마감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73.7%로 합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있는 노조 조합원 총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95.5%를 기록했다.
노조별로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서 투표권자 5만7332명 중 5만5333명이 참여해 투표율 96.5%를 기록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는 8261명 중 7283명이 참여해 투표율 89%로 집계됐다. 노조 규약상 투표권자 과반이 참여하고 과반이 찬성하면서 잠정합의안은 최종 확정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 삼성전자 ‘더 유니버스(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열고 노사 간 합의를 공식화했다. 조인식에는 여명구 부사장, 김형로 부사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김재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일 밤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섰고, 경기 수원의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별도 교섭이 재개됐다. 노사는 약 6시간의 추가 협상 끝에 오후 10시40분께 잠정합의서에 서명했다. 총파업 예고 시점을 약 90분 앞둔 막판 합의였다.
합의안의 핵심은 DS(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 성과의 10.5%를 DS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재원 배분은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이뤄진다.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적용받고, 별도 한도는 두지 않는다. 주식은 3년 분할 매각 제한이 적용된다.
다만 성과급 지급에는 실적 연동 조건이 붙었다. 향후 10년 동안 DS 부문 영업이익이 2026~2028년에는 매년 200조원, 2029~2035년에는 매년 100조원을 달성할 경우 지급된다. 적자 사업부에는 부문 재원을 활용해 공통 지급률의 60%를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여명구 부사장은 조인식에서 “임금협약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마음이 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준 노동조합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최승호 위원장은 “임금교섭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노사가 장기간 대화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합의안 가결 이후에도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남아 있다. DS 부문에는 영업이익 연동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신설된 반면, DX(완제품) 부문에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와 함께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이 결정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박탈감이 제기됐다.
이에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은 이날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내부 달래기에 나섰다. 노 사장은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분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DX 부문의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 높아진 원가와 비용 부담,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쉽지 않은 비즈니스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더 직접 보고 챙기겠다”며 경쟁력 회복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합의는 단일 기업의 임금협상을 넘어 대기업 초과이익 배분 문제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론을 열고 싶다”며 내달 1일 긴급토론회 개최 계획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나쁜 평화가 좋은 전쟁보다 낫듯이, 당사자 간 합의가 어떤 판결보다 낫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기술도 노사관계도 제일이라는 삼성답게, 이번 합의 정신에 기초해 협력업체 동반 성장, 지역사회 공헌 등 국민에게 좋은 제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DS 중심의 성과급 제도화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보상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DX 부문을 중심으로 한 내부 형평성 논란과 초과이익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번 합의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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