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 폐지 청원 5만 돌파…역사 왜곡 드라마 규제 어디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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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군부인' 폐지 청원 5만 돌파…역사 왜곡 드라마 규제 어디까지 가능할까

로톡뉴스 2026-05-27 11:58: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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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연합뉴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방영 중단과 VOD·OTT 콘텐츠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공개 나흘 만인 5월 26일 5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법조계는 "여론만으로 콘텐츠를 강제 폐기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논란의 발단 - "조선 왕이 왜 중국 신하 관을 쓰나"

문제가 된 장면은 11회 즉위식이다.

극중 왕이 중국 신하가 쓰던 구류면류관을 착용했고, 자주독립국의 상징인 '만세' 표현 대신 중국식 호칭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조선의 정체성을 지운 중국식 연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과 작가, 주연 배우 아이유·변우석이 잇따라 사과했고, MBC는 결국 문제 장면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드라마 자체를 영구히 없애달라는 청원으로 이어졌다.

청원, 이제 국회로 - 앞으로 어떻게 되나

청원은 5월 22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뒤 나흘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회 규칙상 공개 후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공식 청원으로 접수돼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간다. 이후 청원심사소위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직전 21대 국회에서 5만 명 동의를 받아 접수된 청원은 194건이었지만, 이 중 상임위 심사를 거쳐 처리된 것은 33건(17%)에 불과했다.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된 청원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접수가 곧 입법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방영 중단하라" - 법적으로 가능할까?

방송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규정 위반을 인정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정정·수정·중지 명령을 내리거나 최대 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드라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대법원(2019. 11. 21. 선고 2015두49474 전원합의체 판결)도 "심의 대상이 보도 프로그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론상으로는 '21세기 대군부인'에 대해서도 방송 중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드라마에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21년 조선왕조실록과 종묘제례악을 희화화해 큰 논란을 빚었던 tvN 〈철인왕후〉의 경우, 방심위는 "사극에서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적 가치와 전통문화를 폄하하고 실존 인물을 희화화했다"고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정은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 '권고'에 그쳤다.

방심위가 밝힌 이유는 "제작진이 추후 제작 과정에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후속처리를 한 점을 감안했다" 는 것이었다. 위반은 있었지만, 사업자의 자율적 시정 노력이 제재 수위를 낮춘 것이다.

'21세기 대군부인' 역시 비슷한 흐름에 놓여 있다.

제작진과 작가, 주연 배우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고, 문제 장면 삭제도 이미 결정됐다.

방송심의 실무가 드라마·예능 등 허구를 전제로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뉴스·시사 보도보다 폭넓은 창작의 자유를 인정해 온 일관된 흐름과 맞물려, 강도 높은 법정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단순히 "고증이 틀렸다", "여론이 분노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이 자동 중단되지는 않는다.

VOD·OTT 전면 폐기, 가능한가?

청원의 또 다른 핵심 요구는 "이미 방영된 콘텐츠까지 모두 없애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법률유보원칙), 나아가 ① 목적이 정당하고 ② 수단이 적합하며 ③ 피해는 최소여야 하고 ④ 법익 사이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에는 '역사 왜곡 콘텐츠 강제 폐기'를 허용하는 조항이 없다. 별도의 법률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전면 폐기는 어렵다.

이번 청원은 '대중적 정의감'과 '헌법적 자유'가 충돌하는 사안이다. 5만 명의 분노가 입법의 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우회하는 지름길이 될 수는 없다. 국회의 다음 선택이 균형점을 어디에 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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