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롤스로이스모터카가 부산 쇼룸을 새롭게 단장했다. 새 간판을 달고 공간을 넓힌 수준의 변화로 보기에는 의미가 작지 않다.
부산 진출 10주년이라는 시점, 해운대라는 입지, 비스포크 경험을 전면에 배치한 공간 구성까지 겹치면서 이번 리뉴얼은 롤스로이스가 한국 시장에서 지역 고객 접점을 어떻게 다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롤스로이스모터카 부산 쇼룸을 새 단장해 문을 열었다.
롤스로이스 부산 쇼룸 전경. ⓒ 롤스로이스모터카
새 쇼룸은 브랜드의 최신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 VID)를 반영했으며, 3대의 차량 전시 공간과 함께 비스포크 맞춤 제작을 경험할 수 있는 아틀리에(Atelier), 예술품 전시 공간인 캐비닛 오브 큐리오시티(Cabinet of Curiosities), 고객 휴식 공간인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리뉴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시 차량의 숫자보다 공간의 방향성이다. 롤스로이스는 초고가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서도 개인화 경험을 가장 강하게 앞세우는 브랜드다. 고객이 완성된 차를 고르는 방식보다 자신의 취향을 차 안팎에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구매 과정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부산 쇼룸 새 단장은 이런 브랜드 문법을 지역 거점에 본격적으로 이식했다.
◆해운대에 다시 짠 초고가 럭셔리 접점
롤스로이스모터카 부산 쇼룸은 부산에서도 상징성이 큰 해운대에 자리한다. 해운대는 관광과 주거, 상업,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결합된 지역이다. 고급 주거 수요와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함께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초고가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다.
2층에 위치한 쇼룸은 넓은 통창을 통해 풍부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 롤스로이스모터카
새 쇼룸은 2층에 조성됐으며, 넓은 통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개방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규모는 기존보다 157.79㎡ 넓어진 총 517.79㎡다. 약 156평 규모로 확장되면서 차량 관람과 상담, 휴식, 맞춤형 소재 확인이 한 공간 안에서 보다 여유롭게 이어질 수 있게 됐다.
공간 전면에는 롤스로이스의 최신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적용됐다. 전시장 입구는 브랜드의 상징인 판테온 그릴(Pantheon Grille)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꾸며졌고, 상단에는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장식이 배치됐다.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를 출입구에 배치한 셈이다.
이번 부산 쇼룸 리뉴얼로 국내 롤스로이스모터카 전시장은 모두 최신 비주얼 아이덴티티 적용을 마쳤다. 부산의 변화가 한 지역 쇼룸의 새 단장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서울 중심의 초고가 수입차 소비 구조 안에서 부산·동남권 고객을 독립적인 거점으로 보고, 동일한 수준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흐름이 반영됐다.
새로운 쇼룸의 핵심은 비스포크 맞춤 제작 전용 공간인 '아틀리에(Atelier)'. ⓒ 롤스로이스모터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초고가 브랜드의 성장은 판매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정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방식, 상담 과정, 출고 전후의 경험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롤스로이스처럼 비스포크를 핵심 가치로 삼는 브랜드는 전시장 자체가 상품 설명 공간이자 고객 취향을 해석하는 무대가 된다.
◆전시장보다 취향을 설계하는 공간
새로운 부산 쇼룸의 중심에는 비스포크 전용 공간인 아틀리에가 있다. 이곳에는 외장 색상 팔레트와 우드 패널, 가죽, 자수용 실, 양털, 직물 등 차량 내외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가 전시된다. 고객은 완성차를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실제 소재와 색감으로 확인하며 차량의 세부 구성을 조율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에게 비스포크는 선택사양의 확장이 아니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익 구조이자 고객 관계의 핵심이다. 같은 모델을 구매하더라도 고객이 어떤 색상과 소재, 장식, 문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진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익스텐디드. ⓒ 롤스로이스모터카
쇼룸 안에 아틀리에를 전면 배치한 것은 이 과정을 판매의 부가 절차가 아닌 브랜드 경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캐비닛 오브 큐리오시티와 스피크이지 바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캐비닛 오브 큐리오시티는 다양한 공예품과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자동차를 산업 제품으로만 보여주기보다 공예와 예술, 취향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접근이 담겼다.
스피크이지 바는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넓은 창을 통해 해운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상담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를 만든다. 초고가 브랜드의 쇼룸에서 체류 시간은 중요한 요소다. 차량을 빨리 보고 떠나는 공간보다, 브랜드와 고객이 천천히 관계를 쌓는 공간이 더 큰 힘을 갖는다.
차량 내외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전시해 고객들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만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 롤스로이스모터카
액세서리 컬렉션 전시도 마찬가지다. 러기지 컬렉션과 소형 가죽 제품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별도 공간에서 선보이며, 롤스로이스를 자동차 브랜드 이상의 개인화된 럭셔리 경험으로 확장한다. 차량 구매 고객의 취향을 차 안에서 끝내지 않고 일상 영역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아이린 니케인(Irene Nikkein) 롤스로이스모터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부산 쇼룸을 두고 "롤스로이스의 장인정신과 비스포크의 가능성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병인 롤스로이스모터카 부산 대표 역시 지난 10년간 고객과 쌓아온 관계를 언급하며 "새 전시장이 비스포크 장인정신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첨언했다.
왼쪽부터 최병인 롤스로이스모터카 부산 대표,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 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 부산 쇼룸의 새 단장은 부산 진출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초고가 브랜드에게 전시장은 제품을 나열하는 장소보다 고객의 취향을 해석하고, 그 취향을 실제 주문으로 구체화하는 접점으로 변하고 있다.
부산 쇼룸에 마련된 아틀리에와 스피크이지 바, 캐비닛 오브 큐리오시티는 이런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차를 소개하는 공간 안에 소재와 예술품, 휴식과 상담의 시간을 함께 배치한 것은 롤스로이스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결국 부산 리뉴얼의 핵심은 쇼룸의 확장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이 브랜드의 언어로 완성되는 과정을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