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 “집값 잡는다”며 빌라 싹쓸이… 국토부 ‘무제한 매입’이 가짜 공급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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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 “집값 잡는다”며 빌라 싹쓸이… 국토부 ‘무제한 매입’이 가짜 공급인 이유

뉴스로드 2026-05-27 08:44: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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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 26일 수도권 비(非)아파트 공급 물량을 향후 2년간 4만 1천호까지 확대하고, 규제지역 내 매입임대를 사실상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 여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얼어붙은 빌라·연립·오피스텔 시장을 공공 재정으로 심폐소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러나 시장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최근 주택시장 불안을 우려한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 대통령의 ‘집값 걱정’과 관료들의 ‘엉뚱한 진단과 대책’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의 26일 자 비공개 회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주택시장 과열 조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통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달라”고 주무 부처에 강력히 주문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토부가 들고나온 대책은 대통령의 질책이 무색할 만큼 시장의 실상과 동떨어져 있다. 현재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과 전세난의 진앙지는 철저히 ‘아파트’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요가 아파트로 쏠렸고, 이것이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 본질이다.

그럼에도 국토부 관료들이 내놓은 핵심 카드는 아파트 공급이 아닌 빌라·오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이다. 아무리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12조원을 쏟아부어 빌라 임대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고품질 아파트 자가를 원하는 대중의 주거 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가려운 곳은 아파트인데, 엉뚱한 빌라 시장에 세금 유동성을 공급하는 심각한 ‘수요 미스매치’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총량은 그대로, 주인만 교체… 시장 씨 말리는 ‘가짜 공급’의 궤변

부동산 경제학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번 대책의 가장 치명적인 모순은 정부가 ‘소유권 이전’을 ‘공급 확대’로 둔갑시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민간이 지은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내놓으면서 이를 새로운 ‘공급’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주택이라는 재화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는 ‘생산(Supply)’이 아니다. 이미 민간 시장에 존재하거나 지어질 예정인 주택의 등기부등본상 주인만 민간에서 공공(LH·SH)으로 바꾸는 ‘소유권 이전(Ownership Transfer)’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의 매물을 무제한으로 싹쓸이하면, 일반 국민들이 직접 매매하거나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민간 매물은 오히려 ‘씨가 마르는’ 역설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공공임대의 까다로운 소득·자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대다수 평범한 서민과 맞벌이 중산층은 더욱 좁아진 민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므로, 민간 전세가와 매매가를 오히려 자극하게 된다. 주택 총량은 그대로인데 정부가 매물을 독점해 ‘인위적인 매물 잠김’을 유발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관료들은 왜 이런 궤변을 고집할까. 전문가들은 ‘인허가 통계 착시’를 노린 관료주의적 편리주의라고 꼬집는다. 이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면 택지 개발과 착공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려 임기 내 성과를 증명하기 어렵다. 반면 신축 빌라 매입약정은 계약서 도장만 찍으면 곧바로 정부의 ‘올해 주택 공급 인허가 실적’이라는 숫자로 둔갑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총량은 제자리인데, 정부 통계표상의 숫자만 늘려 보고하기 가장 좋은 수단인 셈이다.

김윤덕 장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발표 [사진=연합뉴스]
김윤덕 장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발표 [사진=연합뉴스]

▲ “거품 가격 보존해주고 토건 카르텔 구제”… 쏟아지는 의혹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싹쓸이 매입’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을 막아 부동산 거품을 세금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비아파트 시장은 수요 감소로 인해 경매 시장에서 반값에 거래되는 등 가격 거품이 빠지는 정상화 단계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무제한 사주겠다"고 공언하는 순간 시장의 자정 기능은 마비된다. 개발사업자들은 리스크 없이 고가에 물량을 넘길 수 있는 확실한 창구를 얻게 됐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오피스텔(전용 8평)은 당시 시중 매매가가 2억 9,000만원 선이었으나 LH는 호당 3억 5,000만원에 약정 매입했다. 단 하나의 단지에서만 무려 324억원(전체 매입비의 17%)의 혈세가 낭비됐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도 “LH를 호구로 삼아 더 비싸게 판다”고 지적했던 그 구조적 혈세 낭비를 이제는 정부가 주도하여 판을 키우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주식시장 정상화를 언급하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게 잠재성장률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시했다. 자금이 부동산 투기나 부실 기업 연명이 아닌,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토부의 대책은 비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HUG 특례 보증 신설과 대출 확대로 가득하다. 무분별한 갭투기와 거품으로 무너진 건설사 및 금융권의 부실 리스크를 국민의 땀방울이 서린 주택도시기금으로 메꿔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생산적 금융’이 아니라, 토건 카르텔의 투자 실패 책임을 공공 부채로 치환하는 ‘구제 금융’에 불과하다.

“국민 신뢰” 강조한 대통령… 비리와 예산 낭비 묵인하는 관료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으나, 국토부가 사수하려는 신축약정매입 방식은 공직 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양산하는 온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이해충돌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시의회 상임위 권한을 활용해 SH에 매입임대 실적 압박과 매입가 인상을 요구했고, 뒤로는 가족 명의 건설회사가 지은 오피스텔 건물 2동을 SH에 고가 매각해 약 85억원의 폭리를 취한 의혹을 받고 있다. 투명한 감시 시스템과 매입가 산정 체계 개혁 없이 ‘무제한 매입’의 빗장을 열어줄 경우, 제2·제3의 김경 사태와 같은 토건 카르텔의 부정부패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예산의 제로섬(Zero-sum) 법칙 역시 심각한 역설을 낳는다. 한정된 재정 속에서 매입임대 예산이 12조 원 이상으로 비대해질수록, LH와 SH가 직접 고품질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공공건설 임대’나 무주택 서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관련 예산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인허가 실적을 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주거 안심망을 훼손하는 꼴이다. 게다가 정작 공급된 비아파트는 입지와 품질의 한계로 인해 들어갈 사람이 없어 ‘공실률’만 늘어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무제한 매입임대'를 앞세운 8.8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장면. 우측부터 오세훈 시장, 최상목 전 부총리, 박상우 전 국토부장관,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 [사진=기재부]
윤석열 정부가 '무제한 매입임대'를 앞세운 8.8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장면. 우측부터 오세훈 시장, 최상목 전 부총리, 박상우 전 국토부장관,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 [사진=기재부]

▲ 근본 원인 덮어둔 임시방편, 임기 후반기 시한폭탄 되나

전문가들은 현재 비아파트 시장의 혼란이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역대 정부가 선심성으로 확대한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HUG 반환보증보험제도의 왜곡이 낳은 결과라고 일치된 진단을 내린다. 적정한 가치 평가 없이 집값의 90~100%까지 보증을 서주면서 전세사기꾼들이 활개 칠 수 있는 판을 정부가 깔아주었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실패가 증명된 윤석열 정부식 무제한 주택 매입을 답습하며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세대출 잔액을 줄이고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LTV 기준 60% 선으로 축소하는 등 임대차 시장의 룰을 근본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주문했으나, 부처 관료들은 토건 세력의 일감을 챙겨주고 통계 수치만 방어하는 대책으로 응수했다. 시장의 룰을 깨뜨리면서까지 민간의 부실을 세금으로 받아주는 ‘호구 정부’를 자처하는 한, 주택 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관료들의 눈속임용 '가짜 공급' 대책을 전면 철회하고 선제적인 제도 개혁에 나선 채 실제 아파트 공급 속도를 높이는 정공법만이 정부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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