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장례비도 ‘무계획’…중고령층 금융역량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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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악화·장례비도 ‘무계획’…중고령층 금융역량 경고등

투데이신문 2026-05-27 08:3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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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퇴 이후의 삶도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후 일정 기간을 버티는 것이 노후 준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길어진 노후 동안 생활비와 부채, 건강 악화, 장례비용, 상속·증여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이 시기의 금융실수가 쉽게 만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에는 소득 회복이나 자산 재축적이 쉽지 않다. 금융상품 선택이나 부채 관리에서의 한 번의 판단 착오가 노후 생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개인의 빈곤 문제를 넘어 복지 지출 확대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컨퍼런스룸에서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생애주기별 금융교육 추진 현황과 중고령소비자의 금융역량 실태 및 개선 과제가 다뤄졌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고령화와 은퇴 이후 생존기간 증가로 중고령층의 안정적인 재무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고령기에는 금융 의사결정의 오류를 만회할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단 한 번의 실수도 노후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김헌수 보험연구원장 ⓒ투데이신문
발언 중인 김헌수 보험연구원장 ⓒ투데이신문

길어진 노후, 재무계획은 ‘빈칸’

이날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고령층의 미래 위험 대비 수준이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국 55~79세 중고령자 3000명의 금융지식·행동·후생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 결과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나 장례비용, 상속·증여 등에 대해 44% 이상의 응답자는 계획이 없거나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구의 32.5%는 생활비 부족을 경험하고 있었고, 부채 보유 응답자 중 61%는 빚이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중고령층의 금융문제가 단순히 금융지식을 더 가르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후에 필요한 것은 상품 설명을 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활비를 어떻게 관리할지부터 부채를 얼마나 줄일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대비할 완충 자산은 있는지, 장례비용이나 상속 문제를 가족과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수정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금융교육기획팀장은 ‘금융소비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 현황과 과제’ 발표에서 금융역량은 금융이해력이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이해력이 높아도 구체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금융역량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은 낮은 편이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성인 금융이해력은 65.7점으로 2022년 조사 66.5점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023년 OECD 평균인 62.7점보다는 높았다.

다만 세부 항목을 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금융지식 점수는 73.6점으로 높았지만, 평상시 재무상황 관리와 소득·지출 관리, 장기 재무목표 설정 여부 등을 보는 금융행위 점수는 64.7점에 그쳤다. 알고는 있지만 실제 돈 관리 행동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고령층에서는 이 간극이 더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이 미숙하거나, 자신의 금융역량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우 긍정적인 금융행동 실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금융역량 취약집단에 대해 대면 재무진단 채널을 강화하고, 비대면 금융지원 서비스의 사용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공적 금융자문 서비스 활성화도 과제로 제시됐다. 건강 악화나 장례비용, 상속·증여 등에 대한 계획 수립을 돕고, 부채와 현금흐름 관리, 완충자산 마련을 지원하는 공적 재무진단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아동·청소년기에는 건전한 금융습관 형성과 금융 리터러시 조기 향상을, 청년층에는 신용관리와 경제적 자립, 취업사기 등 범죄 예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중장년층은 노후 대비 자산형성, 고령층은 금융사기 대응능력 강화와 디지털 금융소외 방지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세미나에서는 금융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금융행동을 유도하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지식이 있더라도 부채 관리나 지출 조정, 미래 위험 대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금융후생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중고령층의 금융역량 문제는 단순한 금융교육 부족이 아니라 노후 생활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공적 금융자문이나 대면·비대면 지원 채널, 생애주기별 교육을 통해 실제 금융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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