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함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본 투입이 재무 안정 차원을 넘어, 기업금융 확대와 증권·보험 중심의 비은행부문 강화 과정에서 증가한 위험가중자산(RWA)에 대응하고 자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NH농협금융지주에 총 1조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농협중앙회의 유상증자 참여는 지난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농협금융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자본 확중은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자산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자본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자본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선 NH농협은행에 약 5000억원이 투입하고 NH투자증권에도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이 추진해온 외형 확대와 비은행 중심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은행(IB) 부문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급증,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가 농협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보고 있다,
NH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688억원으로 2025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757억원으로 2025년 동기 대비 127.9%가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NH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577억원으로 2025년 동기 대비 0.6% 늘었다.
반면 NH농협금융 보험 계열사들은 올해 1분기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399억원으로 2025년 동기 대비 95.5% 증가했다. 이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한 순이익 개선이다.
NH농협손해보험은 오는 2030년까지 원수보험료 5조5000억원, 당기순이익 1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나서고 있다. 또한 부채 포트폴리오 구조 혁신·영업지원 시스템 고도화·AI 기반 고객센터 구축·비대면 보험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고수익 사업 중심 체질 전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반면 NH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58.2%가 급감했다. 이에 NH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확대와 전국 약 4800개 농·축협 판매망을 기반으로 한 영업 인프라를 강점으로 삼아 방카슈랑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비은행 강화 속 커지는 RWA 부담…"자본력 보강 시동"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의 핵심 목적을 자본비율 제고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기업대출 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본 적정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주주 체제로, 일반 상장 금융지주와 달리 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내부 유보를 통한 자본 확충과 위기 대응 여력 확보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매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어 자산 성장 속도 대비 자본을 내부에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도 안고 있다. NH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는 2021년 44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6503억원까지 증가했다. 또한 올해 1분기에만 1732억원이 반영됐다.
여기에 자회사 지원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올해에는 생산적 금융 공급 목표 역시 2025년 대비 대폭 늘어난 93조원으로 제시됐다. 이는 하나금융(100조원), 우리금융(80조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또한 NH농협금융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첨단산업·벤처·지역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여신이 확대되면서 RWA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향후 5년간 108조원 규모의 생산·포용금융 공급 계획인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여신 확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자본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RWA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하는 지표로 RWA가 커질수록 자본 건전성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NH농협금융은 타 금융지주 대비 CET1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형 투자와 사업 확장에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NH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CET1은 12.03%로 직전 분기(12.25%)보다 하락했다. 2023년 말(12.90%) 대비로는 0.87%p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KB금융은 13.63%·우리금융은 13.6%·하나금융은 13.19%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도 올해 1분기 CET1이 15.08%로 지난해 말(15.23%)에서 하락세다. 자본이 확충되면 CET1의 즉각적 개선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 이후 그룹 전체의 RWA 운용 여력이 약 7조~8조원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기업금융 확대와 NH투자증권의 모험자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 부담도 지주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NH농협금융의 핵심 과제로 비은행 부문의 수익 다변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자본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H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으로 내부 자본 축적에 구조적 제약이 있었던 만큼 중앙회의 대규모 자본 지원은 의미가 크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기업여신 증가로 RWA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CET1 방어는 물론 향후 여신 공급 여력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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