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입임대 9만호’ 승부수···‘비아파트 공급’, 전세난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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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매입임대 9만호’ 승부수···‘비아파트 공급’, 전세난 대안 될까

직썰 2026-05-27 06:00:00 신고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직썰]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직썰]

[직썰 / 임나래 기자]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비아파트 매입임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2년간 수도권 지역에 총 9만호에 이르는 비아파트 물량의 신속한 공급이 핵심이다.

다만 현재 주택시장 불안의 본질이 서울 아파트 전월세 품귀 현상인 만큼, 원룸과 투룸 위주의 비아파트 공급이 기존 임차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9만호’라는 외형적 수치가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와 품질의 주택 확보’에 달렸다.

◇전세난에 ‘비아파트 카드’…수도권 9만호로 급한 불 끈다

KB부동산 주간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의 주간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34% 올랐다. 평균 전세가격은 6억8900만원으로 7억원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함께 다주택자 및 비거주 1주택자 규제 강화로 실거주 의무가 커지면서 시장 매물이 잠긴 영향이다.

전세 시장 불안이 가파라지자 정부는 즉각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6만6000호를 서울과 경기 등 규제지역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건설사가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를 지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빠른 공급’이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건축 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대규모 임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유형은 상대적으로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시일이 짧다”며 “앞으로 1~2년 안에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수요 흡수엔 한계…입지·품질 ‘미스매치’ 우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임대차 시장을 흔드는 근본 원인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부족’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원룸과 투룸 중심의 비아파트 매입임대에 치우쳐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중심의 전월세 수요를 채우지 못해 비아파트 공급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며 “일부 임차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전반적인 전월세 가격을 떨어뜨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LH 매입임대 제도가 지닌 구조적 걸림돌도 풀어야 할 과제다. LH는 통상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주택을 매입하는데, 예산 제약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수준에서 단가를 책정해 왔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선호하는 핵심 입지나 고품질 주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양질의 주택을 적기에 공급한다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목표 수량만 채우려 기존의 낮은 매입 단가와 경직된 품질 기준을 고수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외곽 지역의 부실한 원룸만 대량 공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 기반 약화가 변수…관건은 ‘수요 맞춤형 주택’

비아파트 시장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점도 악재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3만3061가구로 전년(3만7330가구)보다 11.4% 줄었다. 착공 실적 역시 3만1215가구에 그쳐 전년(3만3807가구) 대비 7.7% 감소했다.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청년층 중심의 기피 심리가 깊어진 탓이다.

반면 최근 대출 규제와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비아파트 매매 거래는 소폭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카드는 ‘임대’ 공급이다. 주택을 사려는 수요와 세를 얻으려는 수요는 선호하는 입지, 주거 면적, 가격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비아파트 매매 시장의 일부 회복이 매입임대 수요로 직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결국 정부가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입지와 주거 환경을 갖춘 매입임대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라고 제언했다.

정부가 비아파트 매입임대를 내세워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섰으나, 단순한 물량 채우기식 공급에 그친다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질적 공급’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이 전세난을 가라앉히는 소방수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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