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시대 연다”…반도체 훈풍에 닻 올린 슈퍼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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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시대 연다”…반도체 훈풍에 닻 올린 슈퍼사이클

직썰 2026-05-27 0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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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신한은행 딜링룸 모습. [신한은행]
26일 신한은행 딜링룸 모습. [신한은행]

[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8000선을 탈환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삼성전자 노사 갈등, 외국인 매도세에 흔들렸던 증시는 삼성전자의 극적인 노사 합의와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계기로 급반등했다. 국내 증권가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코스피가 9000을 넘어 1만선까지 전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비대로 인한 변동성 증가는 시장의 부담이다.

◇“악재는 끝났다”…코스피, 8000선 안착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6거래일 만에 8000선을 회복한 뒤 장중 8100선마저 돌파한 후 8047.51에 장 마감했다. 코스피는 국내 주식을 매섭게 팔아치우던 외국인의 매도세도 축소됐다. 

불과 일주일 전 상황은 판이했다. 미국의 장기 금리 급등과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겹친 데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와 삼성전자 총파업 우려까지 맞물려 장중 4% 넘게 폭락했다.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일시 정지)가 발동될 만큼 투자심리는 얼어붙어 있었다.

반전의 모멘텀은 삼성전자 노사 합의와 엔비디아의 호실적이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나자 관련 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번에는 시장 급등으로 유가증권·코스닥 양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돈의 힘도 압도적이다.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 27조원에서 36조원으로 9조원가량 급증했고,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같은 기간 89조원에서 122조원으로 불어났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라며 “당분간 국내 증시는 악재를 딛고 일어서는 그럼에도 상승하는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만 포인트도 가시권”…국내외 IB, 목표가 일제히 상향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9000선을 넘어 ‘1만 코스피’ 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투자 확대, 외국인 수급 복귀가 삼박자를 이루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진입이 본궤도에 올라타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보다 40% 높은 1만500포인트로 대폭 올렸다. 주도주로 AI 관련 주를 지목하며, 이들 종목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하나증권 역시 코스피 적정 가치를 1만38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재평가를 배제하더라도 현재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만 실현되면 코스피 1만 선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LS증권은 1만포인트, 한국투자증권은 최고 9250포인트를 내다봤다.

글로벌 IB의 시각도 뜨겁다. 노무라증권은 코스피 예상 범위를 최고 1만1000포인트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목표치를 9000포인트로 높였으며,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포인트 도달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만포인트는 더 이상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며 “반도체는 이제 경기민감주를 넘어 국가 안보자산으로 격상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낙관론의 바탕에는 반도체 기업의 압도적인 실적이 자리한다. 반도체 업황은 연말로 갈수록 개선 폭이 커질 전망이며,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계 전반의 계약 형태가 다년 장기 계약으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류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각각 310만원, 49만원으로 제시했다. 전날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200만원, 삼성전자는 30만원선을 돌파하며 신고가 랠리를 펼쳤다.

◇‘단일 종목 ETF’ 4조 출격…독 될까 약 될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유동성 랠리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 자산운용사 8곳은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14개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2개를 동시에 상장한다. 초기 출시 규모만 4조3227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서는 변동성 폭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자산 재배분(리밸런싱)을 매일 해야 하므로,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 때 기계적인 추종 매매와 헤지(위험 분산) 거래가 쏟아져 시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 동향과 괴리율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투자자가 오해할 수 있는 과장 광고나 고수익 중심의 마케팅을 엄격히 규제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3배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 급락으로 하루 만에 원금을 모두 잃은 전례가 있다.

소수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34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율(50%)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지분을 5%만 줄여도 80조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증시가 기업 실적과 개인의 수급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일부 종목에 집중된 열기가 시장 전반으로 퍼져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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