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AI 시대, 성과급 배분의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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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AI 시대, 성과급 배분의 모호성

경기일보 2026-05-26 19:2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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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찬 말이되는연구소 대표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합의안을 냈다. 반도체 DS 부문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두고 DX 분야 등에는 별도의 자사주 보상안을 담았다. 파업은 일단 유보됐다. 합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미 남은 질문은 있다. 나는 이 회사의 성장에서 어떤 몫으로 인정받는가.

 

성과급은 그래서 까다로운 돈이다. 회사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하나인데 그 돈을 벌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금세 합의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큰 실적을 냈으니 더 크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같은 회사 안에서 보상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서운함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돈을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일이 어떻게 평가됐는지를 읽는다.

 

회사 밖의 마음은 더 착잡하다. 물가는 오르고 이자는 빠져나가는데 월급은 몇 해째 제자리인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에게 대기업의 거액 성과급 논쟁은 좀처럼 자신의 문제로 읽히지 않는다. 누군가는 평생 만져보기 어려운 보상을 말하는데 나는 오래 버티고 새 일을 배워도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남의 보상이 불편한 까닭은 남이 많이 받아서만은 아니다. 내 노동은 왜 한 번도 저렇게 귀하게 셈해진 적이 없느냐는 허탈함 때문이다.

 

그 허탈함은 이 문제를 외면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들여다볼 이유다. 남의 몫이 커 보인다고 노동의 값을 묻는 일까지 우습게 만들어버리면 내 일의 값이 왜 이 모양인지 물을 말도 사라진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오래 남을 까닭은 액수가 커서만은 아니다. 삼성은 이제 성과를 만드는 현장 자체를 바꾸겠다고 한다. 2030년까지 생산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해 생산과 설비, 수리와 물류에서 더 많은 판단을 AI에게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공장이 바뀌면 누가 해낸 일인지 묻는 방식도 전과 같을 수 없다.

 

며칠 전 보도된 서울 한 호텔의 풍경은 그 변화를 먼저 보여준다. 그곳에서 9년째 일한 직원은 머리와 가슴, 손에 카메라를 달고 냅킨을 접고 잔을 닦았다. 로봇이 그 손놀림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물류 현장에서도 노동자가 물건을 쥐고 옮기는 동작이 같은 방식으로 기록되고 있다. 손끝에 남아 있던 요령과 힘 조절, 일의 순서가 기계가 익힐 자료가 되는 장면이다.

 

삼성의 반도체 공정이 곧바로 그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익힌 기술이 기계의 능력으로 옮겨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장에는 오래 일한 사람만 아는 판단이 있다. 어느 이상 징후를 그냥 넘겨도 되는지, 무엇부터 살펴야 하는지, 작은 문제가 사고가 되기 전에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지금까지 우리는 그것을 숙련이라고 불렀다.

 

숙련은 원래 사람에게 남는 것이었다. 일을 오래 할수록 쌓이고, 잘할수록 나를 더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계가 배우기 시작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내가 찾아내고 바로잡아온 경험이 시스템의 지식이 된다. 물건을 만들던 노동은 어느새 기계가 더 잘 일하도록 가르치는 노동이 된다.

 

여기서 일이 이상해진다. 나는 더 잘 일하기 위해 배웠는데 내가 잘해온 일이 언젠가 나를 덜 필요하게 만드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AI 시대의 불안은 기계가 사람보다 빨라지는 데만 있지 않다. 내가 애써 익힌 일이 내 자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지금 회사가 번 돈을 누구에게 얼마나 돌릴 것인지 묻고 있다. AI가 더 많은 판단을 맡는 공장에서는 그 질문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 사람이 오래 익힌 일이 기계의 능력이 된 뒤에도 우리는 그 사람을 여전히 성과를 만든 주체로 인정할 수 있을까. 성과급 다음에 남는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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