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를 현행 T+2에서 T+1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두고 시장 참여자들 간 온도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외국인 투자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제주기 단축의 득실을 놓고 열띤 논쟁을 펼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미권 국가들이 지난해부터 이미 T+1 체제로 전환했으며 유럽연합과 영국, 스위스 등도 내년 10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홍콩 역시 내년 4분기 시행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최훈 부장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올해 하반기 중 실무 업무표준안 마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대 효과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노성호 연구위원은 가격 변동성과 거래상대방 부도 위험 감소, 증거금 부담 경감 등의 이점을 언급했다. 작년 기준 일평균 결제대금 약 1조600억원과 기준금리 2.55%를 적용하면 하루 약 7천400만원 규모의 유동성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가장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보인 쪽은 개인투자자 진영이었다. 이정윤 세무사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64%가량이 개인투자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도 후 최대 1.5일까지 대금 수령이 지연되는 현실을 사회적 비용으로 규정했다.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회장 이종석 씨는 인프라 구축 비용이 수수료 인상으로 개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미래에셋증권 노승진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 다수가 여전히 수작업 방식으로 결제를 확인하고 있어 전산 자동화 없이는 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K증권 조은아 IT인프라본부장 또한 ETF 유동성공급자 업무와 증거금 처리, 예수금 산출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며 속도보다 안정적 전환 조건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 측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SC은행 김미강 이사는 비거주 외국인의 경우 매매일부터 결제일까지 3일에 걸쳐 별도 작업이 수반된다며 인프라 정비 없는 성급한 단축이 오히려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린든 차오 이사는 한국의 지연결제율이 사실상 0%로 미국 2~3%, 유럽 7%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들어 선진시장을 맹목적으로 좇을 필요가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결제주기 단축과 거래시간 연장, 공매도 제도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옴니버스 체제가 아닌 한국시장에서는 운영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편익과 비용을 면밀히 비교해야 하며 옴니버스 계좌 체제 구축과 외환 유동성 확보가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최항진 증권결제본부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옴니버스 계좌로 통합 주문 후 펀드별 개별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편을 지난 4월 말 완료했으며 거래정보 자동 전달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고영호 자본시장과장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장점은 극대화하고 전환 비용은 최소화하는 접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T+1 결제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조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박용진 부위원장 역시 매도 대금 수령에 4~5일이 소요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도입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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