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지도엔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밥 먹을 때 켠다는 의외의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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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지도엔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밥 먹을 때 켠다는 의외의 앱

위키트리 2026-05-26 17:46:00 신고

야외 테이블을 갖춘 음식점이나 카페, 일명 '야장'에서 맥주 한잔하고 싶은 초여름 저녁. 스마트폰을 켜고 '야장'을 검색하면 결과가 수백 개씩 쏟아진다. 하지만 '진짜 야장'만 걸러내려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번거로움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소수의 개발자가 만든 지도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야장맵 캡처

'야장맵'은 전국 야장 정보를 지도 형태로 보여주는 웹 서비스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가까운 야장을 찾을 수 있고, 루프탑·폴딩도어·테라스 등 야외 장소 형태와 고기·꼬치·해산물 등 음식 종류별 검색이 가능하다.

이 지도를 만든 건 현직 IT 개발자 그룹 '에그토스트랩'이다. 직장인이면서 프로그램 개발 공부를 하던 중 4월 초에 아이디어를 내고, 이달 10일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며 정식 운영에 나섰다. 순수 개발 기간은 약 2~3주며, 직접 야장 100곳 데이터를 입력한 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등록된 장소 상당수는 사용자 제보로 채워졌다.

이 지도는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지난 21일 기준 누적 이용자는 약 3만 9000명에 달하고, 전국 690개의 정보가 등록됐다. 다만 이 중 619곳(89.7%)이 수도권 소재로, 비수도권 지역 정보 등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에그토스트랩 관계자는 "회사 동료 모두 편한 야장 찾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 개발했는데, 주변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개발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의 응원을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거지맵

야장맵 이전에 거지맵이 있었다. 3월 20일 개발자 최성수(35)씨가 내놓은 서비스로, 1만 원 이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을 지도 형태로 정리한 온라인 서비스다. 2023년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유행했던 절약 정보 공유방 '거지방'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최씨는 오픈AI 코덱스 기능을 활용해 지도 API 기반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당근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20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횟수가 1만 건 이상에 달한다.

거지맵은 새로운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 내 커뮤니티 '거지방'에서는 '점심을 4000원에 해결했다'는 후기부터 생활 절약 꿀팁 공유, 식당 방문 후기 등 이용자들 간의 소통이 활발하다.

'거지'를 자처하는 시대, 절약이 라이프스타일로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편의점 간편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거지맵의 배경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경제 환경이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존의 욜로(YOLO), 플렉스(Flex) 위주의 소비문화가 약해지고 절약 트렌드가 급부상했다. 대표적인 흐름이 '무지출 챌린지'와 '짠테크'다. 무지출 챌린지는 고정 지출을 제외한 모든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도전으로, SNS나 커뮤니티에 가계부 사진을 올리며 '하루 지출 0원'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퍼졌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SNS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이어가던 2030세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이라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이들은 하루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소비 전 허락을 구하기도 한다. 검소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가벼운 농담처럼 긍정적으로 치환하는 방식이며, 나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는 감각이 계획을 이행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거지'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내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절약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거지맵은 그 정서를 지도라는 실용적인 형태로 옮긴 서비스다.

대형 플랫폼이 채우지 못한 영역

대형 지도 앱도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은 다르다. 보통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먼저 검색하고, 지도 앱에서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야장맵과 거지맵은 그 과정을 한 번에 건너뛸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지도(왼쪽부터), 카카오맵, 구글 지도. / 캡처

누리꾼들은 "포털 지도는 야장 맥주집을 찾을 때 사진이나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고, 부족하면 다시 SNS 계정을 찾아야 하는데 야장맵은 그 과정이 없어서 쓴다", "거지맵은 이용자가 정보를 직접 업데이트하고 부정확한 내용도 수정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댓글을 남겼다.

종합몰보다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채울 수 없는 수요'라고 본다. 대형 플랫폼은 광고주와의 관계, 알고리즘의 중립성, 데이터 신뢰도 등을 고려해 모든 사용자에게 평균적으로 무난한 답을 줘야 한다. 야장맵과 거지맵은 플랫폼이 의도적으로 보지 않기로 한 영역에서 자라난 셈이다.

미쉐린이나 유명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의지하던 시대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의 시선에 의지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박혜경 활동가는 "사람들이 일방적인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갱신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도구'와 '검증 방식'의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지도 기반 서비스를 만들려면 지리정보시스템에 익숙한 개발자, 대규모 통신망,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뤄야 했다. 지금은 카카오·네이버·구글이 지도 API를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열어두고 있고, AI 코딩 도구까지 더해지면서 기획자 한 명이 머릿속의 그림을 일주일 안에 작동하는 서비스로 옮길 수 있게 됐다.

검증 비용도 줄었다. 과거에는 아이디어의 현실성을 테스트하려면 수억 원, 수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SNS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수집하거나 프로토타입을 싸게 만들어 바로 돌려볼 수 있다. 그 결과 대기업에서만 가능했던 일에 스타트업이나 개인도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같은 지도에서 정보 제공의 주체는 사업자보다 이용자가 많다. 이용자들이 경험과 리뷰를 더하면서 정보가 쌓이고, 참여가 늘수록 데이터가 적립되는 선순환 구조다. 이를 통해 작고 가까운 신뢰가 온라인에서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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