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페라리 창업 79주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 공개 행사가 열렸다.
반응이 페라리 기대와 다르다. 수모에 가까운 최악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페라리가 25일(현지시각) 로마 칼라트라바 벨라 경기장에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공개했다. 1947년 이날 페라리 125 S를 몬 레이서 프랑코 코르테제가 그란 프레미오 디 로마에서 우승하며 페라리에 첫 레이스 승리를 안긴 날을 택해 공개한 것이다. 페라리는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라고 선언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루체는 3단계에 걸쳐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마라넬로에서 파워트레인과 섀시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테리어와 차명이 공개됐다. 외관 디자인은 이날 로마에서 처음 베일을 벗었다.
루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의미한다. 페라리는 "명료함과 단순함, 미래 지향적 디자인 철학을 담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4도어 5인승 그랜드 투어러로, 페라리 역사상 두 번째 4도어 모델이자 최초의 5인승 양산차다. 차체 길이는 5029mm로 푸로산게보다 약 5cm 길고, 높이는 1544mm로 약 5cm 낮다. 올알루미늄 차체에 도어가 중앙에서 열리는 구조이며, 전면 헤드라이트와 후면 테일라이트는 어두운 패널에서 밝아오는 방식으로 켜진다.
성능은 압도적이다. 각 바퀴에 전기모터가 하나씩 장착된 4륜 구동 방식으로 총 출력은 1035마력에 달한다. 0→100㎞/h 가속 시간은 2.5초이며 최고 속도는 309㎞/h다. 0→200㎞/h 가속은 6.8초다. 122kWh 용량의 배럭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530㎞다. 350kW 급속 충전도 지원한다. 차체 중량은 2260㎏으로 무겁지만, 페라리는 공기저항계수가 역대 페라리 로드카 가운데 가장 낮다고 밝혔다.
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인테리어는 아이폰을 설계한 전 애플 디자인 총괄 조나단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이끄는 디자인 그룹 '러브프롬(LoveFrom)'이 맡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터치패드 대신 물리 버튼이 부활했다. 차체 설정용과 파워트레인 설정용 두 개의 마네티노 다이얼도 배치됐다. 인포테인먼트 패널은 아이패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며, 고릴라 글라스와 양극 처리된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됐다. 발진 제어(런치 컨트롤)는 천장에 설치된 스위치로 작동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가격은 66만5000달러(약 10억원)부터 시작한다. 첫 인도는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공개 직후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페라리가 이런 차를 만들다니 믿기지 않는다. 브랜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 루체에서 열망스럽고 흥미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포스터도, 배경화면도, 벽화도 될 수 없는 차"라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됐다. "페라리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인테리어 공개 당시부터 논란은 예고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저명 디자이너들이 아이브의 실내 디자인을 "페라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영혼이 없다"고 혹평했다고 보도했다. 러브프롬의 애플 감성이 스며든 인테리어를 두고 "이게 페라리냐 혼다냐"는 조롱도 나왔다.
이탈리아 경제지 일 솔레 24 오레는 루체를 가리켜 "페라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빨간 머리'"라고 표현했고, 영국 자동차 전문지 월페이퍼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라리 측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공개 행사에서 "페라리는 동력원으로 정의된 브랜드가 아니다. 페라리는 언제나 당신이 느끼게 만드는 것, 그 스릴과 경이로움으로 정의돼 왔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CEO)도 "전동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며 루체가 기존 페라리 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세르조 마르키오네 전 CEO는 생전에 "전기 페라리는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페라리가 마음을 바꾼 건 2021년 물리학자 출신인 비냐 CEO가 취임하면서다. 그는 지난해까지 첫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고, 일정이 1년 늦어지긴 했지만 결국 루체로 약속을 이행했다.
페라리 루체 / 페라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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