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예술의전당서 기념 리사이틀…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등 연주
"앞으로 10년, 관객 소통에 더 집중…구조 말고 감정·분위기 느껴보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현악사중주는 네 사람이 각자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대화하는 음악입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시각이 모여, 무대 위에서 함께 숨 쉬고 고백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10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2016년 결성한 에스메 콰르텟은 데뷔 2년 만인 2018년 세계 최고 권위의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지난 10년간 유럽과 북미, 아시아의 주요 무대와 페스티벌을 누비며 한국 실내악의 위상을 높였다.
제1바이올린 배원희, 제2바이올린 하유나, 비올라 디미트리 무라스, 첼로 허예은 등 개성 강한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이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주자들은 2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팀을 10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리더인 배원희는 "사중주는 정말 사람과 사람이 깊게 부딪히는 장르라, 음악만 잘한다고 유지될 수 없다"며 "서로 다른 성격과 시각이 있었기에 계속 배우고 변화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함께 연주할 때 느끼는 기쁨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10주년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8번,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칸',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 현악사중주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들로 구성됐다.
배원희는 "현악사중주가 어렵고 지적인 음악이라는 인식을 줄이고, 작품이 지닌 감정과 서사를 관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이번 무대 역시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며 음악의 인간적인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품들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특히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팀의 데뷔 레퍼토리이자, 중요한 전환점마다 함께했던 곡이다.
배원희는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질문을 담고 있다. 죽음을 다루지만, 오히려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며 "이번 10주년 무대에서 다시 연주하는 것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스메 콰르텟은 지난 10년간 여러 국제 콩쿠르와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롯데콘서트홀 최초의 상주 아티스트, 샌프란시스코 퍼포먼스의 상주 앙상블 등으로도 활동하며 북미와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주요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10년을 더 자유롭고 깊어진 음악,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채워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무라스는 "다가올 10년은 그동안 받은 사랑을 더 넓은 사회와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교육자로서 차세대 음악가들을 양성하고,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 명작과 이 시대의 새로운 목소리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유나도 "앞으로의 10년은 더 넓고 자유로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고전 레퍼토리를 더 깊이 탐구하는 동시에, 동시대 작품이나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처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연결되는 프로젝트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주자들은 현악사중주가 어렵다는 인식에 대해선 "(현악사중주의) 모든 구조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허예은은 "음악 안의 감정과 분위기를 편하게 느껴보는 것이 좋다"며 "누가 질문하고, 누가 답하고, 어디서 긴장이 생기고 풀리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악사중주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