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 표현과 극단적 콘텐츠 확산의 통로로 지목돼 온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대해 사이트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 기조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직접 규제인 만큼 실효성은 물론 표현의 자유 침해와 위헌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정부는 현재 일베 사이트 폐쇄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일베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관련 대응 방안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과징금 등 필요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일베 폐쇄’ 논란을 언급하며 “국무회의에도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언급은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 현장에서 벌어진 논란 이후 나왔다. 당시 일부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참석자들의 조롱성 행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공분이 커졌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직접 거론하며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 검토를 공개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곧바로 검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법무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이 현행법상 적용 가능한 조치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일베는 2010년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로, 당초에는 국내 대형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인기 게시물을 모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후 극우 성향과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 게시물 등으로 반복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폐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 사이 23만명 넘는 동의를 얻으며 사회적 이슈로 번진 바 있다.
당시 정부 역시 제도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관계 당국은 법적 근거와 규제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전체를 차단하거나 폐쇄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당시 사이트 폐쇄 가능 기준 중 하나로 ‘전체 게시물 가운데 70% 이상이 명백한 불법 정보에 해당할 경우’를 제시했는데, 일베를 비롯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다양한 주제의 글이 올라오는 특성상 불법 정보가 전체 게시물의 70%를 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 이용자의 불법·혐오 게시물을 이유로 플랫폼 전체를 폐쇄하는 방식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가가 직접 온라인 공간 규제에 나설 경우 자칫 과잉 규제나 공권력 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엄격한 조건 아래 처벌과 사이트 폐쇄’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 개정 또는 별도 입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상 명예훼손·모욕죄는 특정 개인에 대한 피해가 인정돼야 적용 가능한데, 참사 유가족이나 특정 지역·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려면 불법 정보의 범위를 새롭게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역시 현행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혐오 표현 전반을 직접 규율하기에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 기조가 일회성 메시지에 그칠지 아니면 온라인 혐오와 허위정보 문제를 둘러싼 제도 개편 논의의 계기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이 돼 온 혐오 커뮤니티와 가짜뉴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현재 보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유현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이트 폐쇄 자체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혐오 표현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강제 폐쇄 조치가 이용자들의 결집을 부추기거나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규제의 초점은 ‘장소’가 아니라 혐오·허위정보를 생산·유포하는 ‘행위’에 맞춰져야 한다. 어떤 표현과 행위가 사회적 피해를 유발하는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제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발전한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맞춰 혐오 표현의 유형과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플랫폼 책임과 처벌 수위를 포함한 제도 보완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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