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중심으로 실제 모델 촬영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가상 착용 컷’을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하면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시각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는 ‘보여지는 이미지’ 자체가 핵심 상품 정보로 기능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생성형 AI 결과물 표시 의무를 시행하고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빠르게 확산하는 현장 활용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주요 패션 플랫폼에 입점한 일부 판매자들이 상품 상세페이지에 생성형 AI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착용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실제 모델을 촬영하는 대신 비현실적인 비율의 체형이나 애니메이션 스타일 캐릭터를 활용해 의류를 표현, 상품 정보로 활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가상 이미지가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왜곡된 상품 정보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의류는 원단의 두께감, 신축성, 실루엣에 따라 착용감이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체감형 상품이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는 착용 이미지를 기준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해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AI 기반 가상인물 표시 규정 신설에 나섰다. 소비자가 AI로 생성된 가상의 전문가·모델 등을 실제 인물로 오인하지 않도록 표시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련 지침과 표시 의무를 마련한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적발하고, 위반 시 어느 수준까지 제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후속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원사이즈(프리사이즈)’ 제품이 대량 유통되는 패션 플랫폼 구조에서는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세페이지에 기재된 단면 치수(cm) 정보만으로는 실제 착용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고, 시각 이미지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가상 착용 컷은 상품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소비자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내 패션업계가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평균 체형이나 신장이 다른 외국인 모델을 무분별하게 기용해 온 것에 대해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실존하지 않는 체형의 그래픽 모델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가 화면으로 인지한 이미지와 실제 수령하는 상품 간의 괴리가 한층 더 확대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추세는 온라인 쇼핑몰 입점 업체들의 비용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실제 모델 촬영에는 인건비, 스튜디오 대관, 스타일링 비용 등이 수반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제작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불황기 비용 절감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보의 정확성이 낮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오인 구매 및 반품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대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개별 입점 업체의 상품 단위로 이를 상시 점검하고 단속하기는 쉽지 않아 단속 및 관리 실효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극명하다. 단출한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비용 절감이나 자사 상품 출처 은폐를 목적으로 고지 의무를 불이행하는 유통 관행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 브랜드나 상품 수가 많은 판매자들이 촬영 비용 부담으로 AI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패션 산업 특성상 실제 핏·실루엣이 중요한 만큼 이미지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 반품 및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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