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AI 전문가인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TV ‘이지혜경제쇼YO’에 출연해 정치의 본질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에게 정치는 권력 경쟁보다 더 넓은 의미의 사회 시스템 설계에 가깝다. 차 의원이 AI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AI를 산업 성장의 도구를 넘어, 사회 시스템을 다시 짤 수 있는 공공 인프라로 본다. 의료, 재난 대응, 장애인 지원처럼 사회적 약자의 삶과 맞닿은 영역에서 AI가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의원은 “AI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여러 불평등과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대표 사례는 ‘AI 글래스’다. AI 안경이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 자막과 번역으로 보여준다면 청각장애인이 겪는 소통의 장벽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차 의원은 이런 기술을 장애인 보조기구로 등록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영역이 어떤 원칙을 세우고 기술을 배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AI 정책 성과와 관련해 차 의원을 공개 격려할 만큼, 차 의원은 현 정부의 AI 정책 설계와 글로벌 AI 허브 유치 활동에서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AI 허브는 ILO(국제노동기구)·UNICEF(유엔아동기구)·ITU(국제전기통신연합)·WHO(세계보건기구) 등 9개 국제기구가 참여해 보건, 식량, 난민 등 인류 난제에 AI를 접목하는 협력 플랫폼이다. 차 의원은 ‘AI 기본사회법’을 지방선거 이후 발의해 연내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에는 AI를 공공 인프라로 정의하고 의료·돌봄·재난 대응 등에 활용하는 기본 원칙이 담길 전망이다.
차 의원에게 정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리게 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짜는 일”이다. AI가 경제와 산업, 노동과 복지의 질서를 바꿀 기술이라면, 그 변화가 누구를 먼저 향해야 하는지도 정치가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제의식은 정치인이 되기 전 그의 삶과 연결돼 있다. 차 의원은 분쟁 지역과 극도로 가난한 지역에서 인도주의 활동가이자 의사로 일했다. 탈북민과 난민을 진료하면서 몸의 고통이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실패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의학적 진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사회적 고통’으로 봤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 난민학, 국제보건학으로 공부를 확장했다.
차 의원에게 의사, 교수, AI 연구자, 정치인은 서로 다른 직업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은 제가 여러 직업을 계속 바꿨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직업을 바꾼 적이 없다”며 “사회적 고통을 줄이는 게 제 직업”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가 말하는 AI 기본사회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는 사회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정하는 사회다. 의사가 환자의 아픈 곳을 진단하듯, 정치는 사회의 아픈 곳을 드러내고 새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정치를 만나고, AI 전문가가 사회 시스템을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