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의 야경 명소를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한낮 무더위를 피해 비교적 시원한 밤 시간대에 도심 풍경과 한강 야경을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망대와 언덕길, 한강 일대 등 야경 스팟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서울 야경 코스'와 '숨은 출사 명소'가 공유되면서 단순히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것을 넘어 주변 상권까지 함께 소비하는 패턴도 확산되고 있다. 야경 명소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감성 카페, 술집 등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동네 주민만 알던 곳인데"…SNS 타고 뜬 '용양봉저정공원'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용양봉저정공원'은 최근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떠오른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9호선 노들역과 흑석역 중간 지점에 자리한 이곳은 한강과 여의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 덕분에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먼저 찾기 시작했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야경 사진이 공유되면서 점차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동안 흑석동 주민과 일부 출사 동호인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장소인 만큼 사육신역사공원 전망대나 효사정 등 기존 유명 야경 스팟보다 상대적으로 붐비지 않는 편이다. 이 때문에 선선한 밤공기를 느끼며 여유롭게 산책과 야경을 동시에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한강과 여의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특히 아래쪽 전망대에는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벤치가 조성돼 있어 사진 촬영 명소이자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온 방문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서울 야경을 즐기기 위해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캐나다에서 온 니나(Nina·63·여)는 "한국에서 생활 중인 딸이 몇 달 전 아이를 낳아 이번에 방문하게 됐다"며 "캐나다와 한국은 거리가 워낙 멀어 자주 오기 어려운데 딸이 꼭 한 번 가보자고 해서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손녀가 어려 늦은 시간까지 머물지는 못하지만 다음에 한국에 다시 오게 된다면 밤 야경도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용양봉저정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인스타그램 내 '#용양봉저정공원'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도 약 5000개를 넘어선 모습이다. 게시글에는 '사진작가가 사랑한 사진 스팟', '동네 주민만 아는 야경 명소' 등의 소개 글과 함께 한강·여의도 야경 사진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하철 9호선 노들역과 흑석역 인근 상권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야경을 보기 전 저녁 식사를 하거나 산책 이후 늦은 시간까지 카페와 술집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SNS를 중심으로 주변 맛집과 카페 정보 역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주거지역 이미지가 강했던 노들역 일대에는 최근 '#노들역맛집'과 '#노들역카페' 해시태그 게시물이 각각 1000건 이상 올라오며 새로운 야간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SNS 게시글에는 독일 가정식 식당부터 노포 감성의 삼겹살집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맛집 정보가 공유되고 있으며 한강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하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에 대학교가 위치한 흑석역 일대는 맛집뿐만 아니라 카페와 술집 등 다양한 상권 관련 게시글이 SNS에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SNS에서 '#흑석역맛집'을 검색하면 약 3만9000개 이상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흑석동술집'과 '#흑석동카페' 해시태그 게시물도 각각 1000건, 1만40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특히 주거지역 성격이 강한 노들역과 달리 대학가 상권이 형성된 흑석동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취향형 소비 콘텐츠가 눈에 띄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흑석동와인'처럼 특정 주종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 관련 게시글도 함께 공유되며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감성 카페 등을 찾는 젊은 방문객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타워부터 N서울타워까지…청담 주민 산책길에서 출사 명소로 각광
청담역 인근에 위치한 '삼성해맞이공원' 역시 사진 촬영을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야경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한강과 도심 풍경을 함께 담을 수 있다는 점이 SNS와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목받으면서 출사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주변에는 청담르엘과 아크로삼성아파트, 아이파크삼성아파트 등 최소 500세대에서 12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늦은 저녁 시간대에는 야경을 보러 온 방문객뿐만 아니라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 옆 차도를 따라 올라오는 길과 장미공원 인근 산책로 등 크게 두 가지 코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이곳은 잠실의 롯데타워부터 N서울타워, 서울숲 트리마제까지 서울 강남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만큼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해 해가 진 이후에는 도심의 불빛과 한강 야경을 함께 감상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7호선 청담역뿐만 아니라 코엑스가 위치한 9호선 봉은사역과 2호선 삼성역에서도 크게 멀지 않은 거리인 만큼 코엑스 일대에서 식사나 쇼핑을 즐긴 뒤 삼성해맞이공원으로 이동해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 역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SNS에서 '삼성해맞이공원'을 검색하면 약 1000개 이상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게시글에는 이곳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돗자리와 음식을 준비해 피크닉을 즐기는 사진들도 다수 올라와 있다. 주말 늦은 오후 르데스크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산책 코스로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뿐만 아니라 치킨과 피자, 와인 등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공원 내 테이블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주거지역 내부에 위치한 야경 명소인 만큼 주변 편의점과 음식점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해 공원에서 야경과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파트에서 산책을 나온 주민들은 집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실 계획이라며 늦은 시간까지 식당이나 술집을 찾기보다는 카페에 들러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야경을 위해 이곳에 방문한 커플들은 간단하게 맥주나 와인 등을 청담역이 아닌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 즐길 예정인 모습이었다.
박용희 씨(25·남)는 "대학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왔는데 청담동은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사진을 찍은 뒤에는 삼성동으로 이동해 맥주를 마실 계획이다"며 "거리가 멀었다면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셨겠지만 버스로 한두 정거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아 차라리 삼성동 술집에 가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첫 출사지라 따로 2차 장소를 정해놨지만 다음에 이런 날씨에 연인과 다시 오게 된다면 음식을 주문해서 야경을 보며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계단 올라 만나는 서울 야경…출사객·커플들 몰린 옥수동 언덕
'달맞이공원'은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옥수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앞서 소개된 야경 명소들보다 계단과 오르막 구간이 많아 비교적 체력이 필요한 장소다. 다만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 풍경 덕분에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야경 명소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만날 수 있는 전망대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나오는 정자까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크게 두 곳이다. 현재 정자로 향하는 길 중 한 곳은 내달 말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다른 산책로를 통해 정상까지 이동할 수 있는 상태였다. 공원에서 한강 방향을 내려다보면 강변북로와 동호대교를 비롯해 롯데타워,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차량 불빛이 이어지는 강변북로와 한강 너머로 펼쳐진 도심 야경이 어우러지면서 사진 촬영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자 내부에는 혼자 산책을 나온 시민부터 친구·연인과 함께 방문한 사람들, 출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온 사진 애호가들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모여 있었다.
옥수동은 한남동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매봉산과 한강을 낀 배산임수 입지로 프라이빗한 고급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이에 이곳에서 방문하기 좋은 맛집, 카페, 술집 등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편이었다. 대신 한 번 방문하더라도 분위기와 전망을 중시한 소규모 매장들이 많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SNS에서 '#달맞이공원'을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옥수역카페' 해시태그 역시 약 10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옥수동 카페를 찾는 사람들보다 달맞이공원 자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옥수동카페' 게시글에는 '감각 있는 동네 알짜배기만 모은 옥수역', '오늘은 커피 대신 차 마시러 갈래' 등 다른 상권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게시글 속 매장들도 한남동이나 이태원에서 볼 법한 감성 카페와 브런치 식당, 와인바 분위기의 공간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달맞이공원을 찾은 방문객들 중 일부는 산책 이후 한강버스 옥수선착장 인근으로 이동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선착장 주변에는 테이블과 소파 형태의 좌석이 조성돼 있어 굳이 식당이나 술집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등을 구매해 야경과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동호대교 아래에서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함께 방문한 지인이나 연인과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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