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의 최상 시나리오에 작별을 고할 때가 됐다?
투자은행 JP모건은 '골디락스'(Goldilocks·물가 안정 속 성장이 지속되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를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이란전쟁을 그 원인으로 꼽으며 최근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마이너스 성장 쇼크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2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JP모건이 연초 글로벌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해 유지해온 기존 전망치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와 원가 부담 확대가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을 2% 이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장기 물가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약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높은 물가가 초래할 수 있는 연쇄효과로 금리 상승, 소비 위축, 그에 따른 고용시장 침체를 지목했다.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JP모건 팀은 "에너지 가격 쇼크가 가계의 구매력을 압박하고 기업 심리를 악화시켜 결국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인 마이너스 성장 쇼크의 유령을 불러낼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결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지만 이는 성장 쇼크를 겪고 난 뒤의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 둔화가 물가상승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뜻이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026~2027년 연준의 전망에 반영됐던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 둔화는 실질적인 성장률 저하가 선행된 이후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란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3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21일 갤런당 4.56달러(약 690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지불한 금액 기준으로 4년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JP모건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고 나아가 성장 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요인도 지목했다.
JP모건은 무엇보다 최근의 공급 쇼크와 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에 대해 언급하며 공급망이 예년보다 덜 탄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공급망 차질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P모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한 임금이 아직 부분적으로만 정상화됐다고 분석했다.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물가 악순환’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JP모건은 "글로벌 실업률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도는 상황에서 견조한 성장 환경만으로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 중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년 뒤 예상되는 향후 1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5월 기준 3.53%로 집계돼 3월 이후 1.24%포인트 상승했다.
JP모건은 "이번 인플레이션 급등이 결국 빠르게 가라앉겠지만 성장과 근원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2차 파급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란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원유 공급 흐름이 정상화하기까지 수개월이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