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안치열 기자] 서울 서대문구 예술공간 의식주는 사물의 표면에 새겨진 시간과 감각의 흔적을 탐구하는 황유윤 작가의 개인전 ‘Skin-ship’을 오는 6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점차 무뎌가는 인간의 촉각과 감각 회복에 주목한다. 과거의 사물들이 물리적 무게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존재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는 빠르게 소비되고 소멸되며 깊은 응시를 잃어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감각의 변화 속에서 오래된 사물들이 간직한 물성과 기억을 다시 호출한다.
황유윤은 낡은 가구와 생활 도구, 마모된 표면과 흔적들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오래된 나무의 결, 느슨해진 경첩의 삐걱임, 사용자의 몸을 따라 변형된 가죽 소파의 주름은 시간과 관계의 흔적을 품은 감각적 기록으로 재해석된다. 작가는 사물의 표면을 더듬는 행위를 통해 인간과 사물이 함께 통과해온 시간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전시 제목 ‘Skin-ship’은 ‘피부(Skin)’와 ‘관계(kinship·ship)’의 의미를 중첩시키며, 인간과 사물 사이의 감각적 접촉과 친밀성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집된 오브제와 회화적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도구적 기능과 예술적 가치의 경계를 허문다. 특히 사물의 표면에 남겨진 흠집과 마모, 균열을 단순한 손상이 아닌 시간의 퇴적이자 삶의 흔적으로 바라본다.
전시 서문을 맡은 박소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무감각의 세계 속에서 잊힌 촉각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 놓인 이미지와 사물들은 정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관객의 기억과 신체 감각을 환기시키는 매개로 기능하며, 잊고 지냈던 시간의 촉감을 되살린다.
이번 전시는 예술공간 의식주가 주관 및 주최하며, 202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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