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특정 플랫폼이나 실물 음반 판매량에 의존하던 K콘텐츠 산업이 오프라인 융합 비즈니스를 통해 유통망의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 신보 발매 시 성수동 등 핵심 상권에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유통 브랜드와 굿즈를 출시하는 것은 이제 엔터 업계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단기 앨범 홍보 수단을 넘어, 앨범 발매 자체를 매개로 아티스트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IP'를 가동하기 위한 주력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 일상 인프라 삼키는 톱티어 IP…버추얼 영역까지 생태계 확장
최근 오프라인 프로모션의 핵심은 단연 대중의 '일상 인프라' 장악이다. 과거 팝업스토어가 단순히 앨범 재킷을 걸어둔 전시 공간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팬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생활 밀착형 생태계로 진화했다. 그 패러다임 전환의 선봉에 선 하이브의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 등의 IP를 도시의 숙박, 교통, 식음료 인프라와 엮어내며 프로모션 자체를 거대한 테마파크 비즈니스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융합 비즈니스는 연차를 불문하고 업계 전반의 필수 밸류체인으로 확산됐다. 르세라핌(LE SSERAFIM)은 단독 팝업에서 앨범 콘셉트가 녹아든 패션 및 F&B(식음료) 굿즈를 완판시키며, 아티스트가 단순한 가수를 넘어 힙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소비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이브(IVE)와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역시 자체 캐릭터를 앞세워 소비재 전반에 IP를 촘촘히 결합하고 있으며, 아일릿(ILLIT) 같은 슈퍼 루키는 데뷔 직후부터 글로벌 패션 하우스와 결합하며 브랜드화를 굳혔다.
나아가 이종 산업의 경계는 더욱 과감하게 허물어지는 추세다. 미니 6집 'Ascend-(어센드-)'로 돌아온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은 항공사 기체 외부 래핑과 독서 플랫폼 연계 등 예상치 못한 영역까지 파급력을 넓혔고, 블랙핑크(BLACKPINK) 역시 전통문화 굿즈 결합으로 소비 파이를 키웠다.
여기에 플레이브(PLAVE) 등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 상권을 점령하는 흐름은, 시공간 제약 없는 가상 IP가 향후 융합 비즈니스에서 발휘할 잠재적 확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 자본 양극화의 늪…'BGM'으로 전락하는 음악의 본질
기획사들이 아티스트 IP의 플랫폼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팽창하던 '실물 음반 판매'가 한계에 직면하며 새로운 수익 구조 다변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 산업을 넘나드는 융합 생태계는 필연적으로 산업 내 자본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도시 단위의 인프라 융합은 막강한 자본력과 치밀한 인프라가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대장주 위주로 융합 파이가 쏠리고, 자본이 열세인 중소 기획사는 제작비가 적게 드는 숏폼 댄스 챌린지 등 휘발성 마케팅에 의존하며 고질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된다.
더 큰 산업적 잠재 리스크는 화려한 외형 확장에 가려진 콘텐츠 본연의 가치 훼손이다. 대형 기획사는 거대한 오프라인 팝업 공간을 채우기 위한 'BGM'으로, 중소 기획사는 숏폼 바이럴을 태우기 위한 '15초 효과음'으로 음악을 소비시키는 경향이 짙어졌다.
기획사가 아티스트 IP의 덩치를 키우는 데에만 매몰되어 정작 코어인 음악적 서사와 메시지를 놓친다면, 장기적인 산업 펀더멘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 융합 비즈니스의 생명력, 원천 IP의 '기초체력' 입증 관건
결과적으로 아티스트 IP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화는 단일 수익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K콘텐츠 산업의 유의미한 돌파구이자, 글로벌 엔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밸류체인의 진화 과정이다.
다만 거대 자본 위주의 양극화 고착화와 더불어, 외형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코어 콘텐츠인 음악이 단순한 소비 수단으로 전락하는 주객전도의 리스크는 업계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무한히 팽창하는 오프라인 융합 플랫폼의 외형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것은, 결국 그 중심축인 원천 콘텐츠의 흔들림 없는 자생력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티스트 IP라는 거대 융합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겉치레식 확장이 아닌 코어 콘텐츠의 묵직한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본질적인 방향성을 짚어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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