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BMW 7시리즈가 국내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서 선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 순수 전기차 i7을 포함한 BMW 7시리즈는 올해 1~4월 총 2148대가 판매되며 수입 대형 세단 부문 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4% 늘어난 실적이다.
주목할 대목은 판매 구성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솔린 모델인 740i xDrive가 1062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디젤 모델인 740d xDrive는 656대가 판매됐다. 순수 전기차 i7은 273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하 PHEV) 모델 750e xDrive는 157대의 실적을 냈다. 내연기관과 전동화 모델이 함께 수요를 받친 셈이다.
BMW가 강조해온 '파워 오브 초이스(Power of Choice)' 전략은 이 지점에서 힘을 얻는다.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는 상황에서도 대형 세단 고객의 선택 기준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BMW는 7시리즈 안에 가솔린, 디젤, PHEV, 순수 전기차를 함께 배치해 고객별 사용 환경과 취향을 흡수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2026년 BMW 엑설런스 라운지는 'Progression(진보)'을 주제로 진행된다. ⓒ BMW 코리아
7시리즈의 성과를 제품 구성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BMW 코리아는 최상위 고객을 차량 구매 단계에만 묶어두지 않고, 출고 전후의 경험과 멤버십, 문화행사까지 연결해 장기적인 브랜드 접점을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 BMW 엑설런스 클럽(BMW Excellence Club)이 있다.
◆차 산 뒤에도 이어지는 럭셔리 고객 관리
BMW 엑설런스 클럽은 BMW 코리아가 7시리즈, 8시리즈, X7, XM 레이블 등 럭셔리 클래스 모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전용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차량 관리와 편의 서비스는 물론 여행, 미식, 예술, 골프, 웰니스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포함한다.
고급차 고객에게 차량은 이동수단인 동시에 취향의 표현이다. 구매 이후 브랜드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중요하다. BMW 엑설런스 클럽은 이 관계를 관리한다. 고객이 차를 인도받은 뒤에도 브랜드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 프라이빗 혜택을 통해 BMW와 계속 접촉하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인 혜택은 프랑스 칸 영화제 VIP 참석 기회다. 선정 고객은 레드카펫 워킹, 공식 상영회 참석, 럭셔리 클래스 시승, 고급 호텔 숙박 등을 경험한다. 차량 구매 고객을 영화제라는 비일상적 무대와 연결하는 방식은 럭셔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건을 소유하는 데서 끝나는 만족보다, 그 브랜드를 통해 어떤 장면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큐레이션 바이 엑설런스(Curation by Excellence)'도 같은 방향이다. 회원은 골프 레슨, 아트 전시, 위스키 클래스, 웰니스 체험, 커리어 멘토링, 럭셔리 사운드 세션 등 BMW 코리아가 매월 기획한 프로그램 가운데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연 2회까지 참여할 수 있다. 모든 고객에게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보다 개인 취향을 반영한 선택형 경험에 무게를 둔 구성이다.
행사 현장에는 BMW 럭셔리 순수 전기 세단 i7과 M850i xDrive 그란쿠페 등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 BMW 코리아
선택형 혜택도 세분화돼 있다. 파인다이닝, 제주·부산 고급 호텔 숙박, 지인들과 함께하는 골프 라운딩 또는 프로암 라운딩, 프리미엄 건강검진 가운데 하나를 멤버십 기간 중 이용할 수 있다. 차량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영역까지 포함한 점이 중요하다. BMW가 럭셔리 클래스 고객을 자동차 소비자로만 보지 않고,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군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차량 관련 서비스도 촘촘하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딜리버리 라운지에서는 특별 출고 프로그램인 핸드오버 세리머니를 이용할 수 있고, BMW 드라이빙 센터 바우처도 제공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 이용객을 위한 에어포트 서비스는 차량 보관과 케어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엑설런스 클럽 회원에게 3년간 총 3회 무상 제공된다.
제주도 럭셔리 클래스 차량 대여 서비스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고객은 제주에서 BMW 럭셔리 클래스 차량을 최대 72시간 이용할 수 있다. 휴양지에서 같은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을 다시 경험하게 하며, 여행 동선 안으로 브랜드 접점을 끌어들이는 구성이다.
사고 차 케어 서비스와 로너 카 서비스도 포함된다. 사고나 수리처럼 고객 불편이 커지는 순간에 브랜드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는 고급차 고객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고가 차량일수록 구매 이후 관리 경험은 재구매와 브랜드 충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엑설런스 클럽은 이런 민감한 순간까지 브랜드 경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BMW 인디비주얼도 마찬가지다. BMW 코리아는 최상위 7시리즈 일부 모델 구매 고객에게 외장 색상, 익스테리어 라인, 인테리어 트림, 시트 소재와 색상 등을 조합할 수 있는 개인화 주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는 최대 30만개에 달한다. 고급차 시장에서 개인화는 옵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취향이 차량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출고 과정에서 얼마나 세밀한 대우를 받는지가 브랜드 만족도를 좌우한다.
전 세계 70대 한정으로 선보인 2026 스피드탑의 콘셉트 모델인 '2026 BMW 콘셉트 스피드탑'. ⓒ BMW 코리아
출고 대기 기간을 활용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BMW 인디비주얼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을 구매한 고객은 주문 차량과 같은 시리즈 모델을 장기 시승할 수 있고, BMW 엑설런스 클럽 혜택도 출고 전부터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출고 대기는 고객에게 불편한 시간이다. BMW는 그 시간을 체험과 관계 형성의 구간으로 바꾸고 있다. 계약부터 출고까지의 공백을 방치하지 않고, 브랜드 접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BMW 엑설런스 클럽은 혜택 목록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출고, 공항, 여행, 문화행사, 스포츠, 건강관리, 사고대응까지 고객의 여러 시간을 BMW 브랜드 안으로 끌어온다. 차를 파는 브랜드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일부를 관리하는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엑설런스 라운지' 전시장 밖으로 넓어진 브랜드 경험
BMW 엑설런스 라운지는 이 전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행사다. 2018년부터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BMW 엑설런스 클럽 회원뿐 아니라 럭셔리 클래스 모델 출고 대기 고객과 잠재 고객까지 대상으로 한다. 구매 고객을 관리하는 자리이면서, 계약 전 고객에게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접점이기도 하다.
2026년 BMW 엑설런스 라운지는 서울 강남구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Progression'을 주제로 열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행사는 자동차, 아트, 음악, 기술, 미식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한다. 행사 이름은 자동차 브랜드 이벤트지만, 구성은 제품 설명회보다 문화 프로그램에 더 많은 무게를 둔다.
강연진 구성에서도 이런 방향이 드러난다. 빅데이터 분석가 겸 작가 송길영, 정치학 박사 김지윤, 음악감독 김문정, 인문학 작가 겸 방송인 조승연, 전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뇌과학자 장동선 등이 참여한다. 주제도 부와 럭셔리, 인공지능, 예술, 심리 등으로 넓게 짜였다. 고급차 고객에게 자동차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적·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6 BMW 콘셉트 스피드탑은 BMW 럭셔리 클래스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 ⓒ BMW 코리아
현장에는 BMW 럭셔리 순수 전기 세단 i7과 M850i xDrive 그란 쿠페 등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이 전시된다. 전 세계 70대 한정 모델로 공개된 2026 스피드탑의 콘셉트 모델인 BMW 콘셉트 스피드탑도 소개된다. 자동차는 행사 안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지만, 경험 전체를 차량 전시에만 기대지 않는다. 도슨트 프로그램과 시승 프로그램, 피아니스트 이하영의 특별 콘서트가 함께 운영된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 전시도 의미 있는 장면이다. 회화, 조각, 설치, 행위예술 등 여러 매체를 오가며 작업해온 한국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해 예술과 모빌리티의 접점을 만든다. BMW 코리아는 하반기 2026 프리즈 서울을 통해 이강소 작가와 협업한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브랜드가 아트페어와 연결되는 흐름은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방식이 됐다.
엑설런스 라운지는 쇼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자동차 브랜드의 고급 행사는 신차와 고객을 만나게 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지금의 럭셔리 브랜드 행사는 고객이 브랜드를 어떤 감각으로 기억하게 만들 것인지에 집중한다. 차를 보고, 설명을 듣고, 시승하는 과정에 예술과 음악, 강연, 미식이 더해진다. 제품 경험과 문화 경험이 한 공간에서 섞인다.
이 방식은 수입차 브랜드의 고급 고객 관리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 고급차 고객은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와 구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브랜드가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신차 출시 주기만 기다릴 수 없다. 고객이 차를 바꾸지 않는 기간에도 브랜드와 만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엑설런스 라운지는 바로 그 공백을 겨냥한다.
대형 세단 시장은 앞으로도 쉬운 시장이 아니다. SUV 선호는 계속되고, 전기차 전환의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고급 세단을 선택하는 이유를 브랜드가 계속 설득해야 하는 시대다. BMW는 7시리즈에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남겨두는 동시에, 구매 이후의 경험을 넓히는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럭셔리 세단의 경쟁은 이제 차를 인도하는 순간에 끝나지 않는다. 계약을 기다리는 시간, 출고를 맞이하는 장면, 여행지에서 다시 만나는 브랜드 경험, 문화행사에서 형성되는 기억, 사고나 수리 상황에서 받는 대응까지 모두 평가의 대상이 된다.
BMW 7시리즈의 1위는 그 여러 장면이 쌓인 결과다. 국내 수입 럭셔리카 시장의 경쟁 기준도 이제 차량 자체의 완성도에서,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밀도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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