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5월 말, 강원특별자치도 영월의 한적한 산골 마을에 새벽부터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별난 공간이 있다. 매달려 있는 가격표는 1만 5000원.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임에도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극찬이 터져 나오며 주말마다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전국에서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화제의 문화예술터, '젊은달 와이파크' 이야기다.
이토록 활기 넘치는 이곳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적이 끊겨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곳이었다.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가 관람객 감소로 쓸쓸히 문을 닫은 옛 술샘박물관 건물이 바로 그 정체다. 모두가 쓸모없다고 고개를 돌린 폐건물에 인공호흡기를 댄 사람은 조각가이자 공간 기획자인 최옥영 작가다. 그는 공사장에서 굴러다니는 폐기물과 차가운 고철을 하나둘 조형물로 세우기 시작했고, 마침내 거대한 현대미술 공간을 탄생시켰다.
영월의 짙은 초록색 산자락을 배경 삼아, 눈이 시리도록 붉은색 구조물들이 압도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 버려진 쓰레기가 어떻게 전국의 오픈런을 부르는 명소로 뒤바뀌었는지, 그 신비로운 비밀을 한 꺼풀 벗겨본다.
이름에 담긴 뜻과 버려진 건물의 화려한 부활
젊은달 와이파크는 영월(寧越)이라는 지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자의 뜻을 알기 쉽게 풀어내어 '영(Young, 젊은)'과 '월(Moon, 달)'을 합쳐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공간이라는 뜻을 세웠다.
과거 술이 솟는 샘이라는 뜻을 지닌 주천면의 옛 박물관 구조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건물 외벽에 강한 색을 입히고 공중 통로를 연결해 전혀 새로운 장소로 재탄생시켰다. 쇠락해가던 시골 박물관이 예술의 옷을 입고 지역의 중심지로 거듭난 셈이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예술 철학은 공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전시장 내부에는 폐차 부품이나 버려진 도르래,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목재를 다시 가공해 만든 미술 작품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고철에서 아름다움을 길어 올리는 예술의 힘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버려진 물건도 시각을 바꾸면 훌륭한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공간이다.
빨간 파이프 숲과 소나무 장작이 만든 조형의 세계
이곳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는 진입로에 세워진 '붉은 대나무'다.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새빨간 금속 파이프들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어 주변 산세와 뚜렷한 색 대비를 보여준다.
워낙 색감이 선명해 사진기를 대기만 하면 누구나 멋진 인물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인적 가득한 촬영 명소로 자리 잡았다. 푸른 자연 속에 우뚝 선 붉은 파이프의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 통로를 지나면 소나무 장작을 촘촘히 엮어 만든 거대한 돔 구조물인 '목성(木星)'이 나타난다.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구한 장작을 쌓아 올린 이 거대한 실내 공간에 들어서면, 천장 한가운데 뚫린 조각 사이로 햇빛이 조명처럼 내려앉는다.
마치 깊은 우주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마법 같은 풍경이다. 여기에 빨간 파이프 길을 따라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바람의길'까지 이어져, 천천히 생각에 잠겨 걷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가족 모두 즐기는 미션 게임과 실속 관람 정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장치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 카카오톡 대화창을 이용해 미술관 작품에 숨겨진 퀴즈를 푸는 놀이는 어린이들이 예술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돕는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을 놀이 형태로 풀어내어 학습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거미줄 모양 그물망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전용 놀이터도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예술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다만 그물망 놀이터는 비가 오면 이용이 제한되고 따로 이용권을 사야 한다.
젊은달 와이파크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관람료는 어른과 청소년 기준 1만 5000원이며 36개월 이상 어린이는 1만 원이다.
인근 지역 주민이나 경로 우대 대상자를 위한 할인 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방문하기 전에 주민등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챙기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하면 약 2시간 거리에 있어 주말 당일치기 나들이 경로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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