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이 든 소주병을 부친의 집 앞에 두고 간 아들을 특수존속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특수존속협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A씨(52)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3월 11∼19일 총 다섯차례에 걸쳐 독극물이 든 소주병을 부친 B씨의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소주병에 든 독극물 함량은 치사량 수준에 달했다.
소주병에는 이미 사망한 친할머니인 척 “아들아.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고 적은 메모를 붙였다.
피고인은 부친과 가정불화를 겪고 있었으며 2015년부터 별거하다가 2023년 다시 만나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폭행 사건의 1심 결심 공판을 사흘 앞두고 합의를 위해 아버지를 찾아갔지만 아버지는 A씨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앙심을 품고 독극물이 든 소주병을 가져다 둔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려 했다는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특수존속협박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친할머니 명의로 적은 메모와 치사량이 넘는 독극물을 넣은 소주병을 두고 가는 것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행위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에게 특수존속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A씨가 협박 과정에 위험한 물건을 이용했으나 이를 ‘휴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형법에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협박했을 경우 특수존속협박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휴대’는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로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것을 뜻한다.
적어도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사용해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휴대’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가 독극물이 든 소주병을 소지하지 않고, 단순히 협박 범행에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소주병을 놓아둔 다음 범행 현장을 떠난 점, B씨가 이를 마시지 않은 점 등 상황을 종합해보면 A씨가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한 상태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범행에서 협박의 고의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인정한다”면서도 “특수존속협박죄의 '휴대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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